영화 '서울의 봄'
여성학자이자 문화평론가 손정희 씨가 12·12 사태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남자 일색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한국영화' 12월 호에는 '한국사회의 군사주의와 남성성을 고찰하는 <서울의 봄>'이란 제목으로 손 평론가와 송형국 평론가의 대담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 손 평론가는 "잘 만든 영화란 생각이 들었다. 김성수 감독이 오랜만에 대중과 접점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영화 보면서 숨이 막혔던 건 진짜 남자가 많다는 점이다. 비판이나 비아냥이라기보다 한국에서 중년 남성 배우가 많고 한국영화가 지금까지 쌓아온 역량이 중년 남성 배우들에게 응집돼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영화 '서울의 봄'
그러면서 "다소간 비판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평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인물에 바탕을 둔 캐릭터는 잘 구축되었다고 보나'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아무도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김성수 감독도 황정민도 정우성도, 그리고 수많은 중년 남성 배우들, 정해인 배우까지도"라고 했다.
그는 "농담 같은 표현이지만 한국 영화 장안에 '한남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형성돼 있고 그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있다. 그리고 그 기대가 사실 지금 한국영화의 거의 유일한 상업적 가치인 것처럼 얘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봄'은 그에 딱 맞아떨어져 성공하게 돼 있던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의 전작 '아수라'에 대해서는 "'아수라'가 왜 망했는가 고찰해보면, 김성수 감독이 남성성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남성연대 위에 구축된 대한민국이 어떻게 파국이 될 수 있는가를 그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 평론가는 그러면서 영화 '서울의 봄'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노(No)로 가겠다"며 "군사주의에 대한 좋은 비판적 비평일 수 있었으나 김성수 감독은 여전히 '남자 사랑'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주연은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으로 모두 남성이다.
조연으로 이름을 올린 40여명의 배우 중 여성은 이태신 처 역의 전수지, 전두광 처 역의 김옥주, 국방장관 처 역의 우미화 3명이다.
한편 영화 '서울의 봄'은 빠른 속도로 관객을 동원해 20일 기준 930명을 돌파하며 10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다음 신작으로 1980년대 전두환 정권 당시 언론 통제를 그린 영화 'K공작 계획'을 내년 크랭크인 목표로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