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으로 이송된 강릉 펜션사고 피해 고교생 / 뉴스1
수능을 끝내고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난 10명의 학생이 모조리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 재조명됐다.
사건은 약 5년 전인 지난 2018년 12월 18일 추운 겨울 강원도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발생했다.
전날 고3 같은 반 학생 10명은 수능이 끝난 것을 기념해 들뜬 마음으로 서울에서 강릉까지 우정 여행을 갔다. 이들은 펜션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는 등 새벽 3시까지 지치지 않고 놀았다.
다음 날, 체크아웃을 할 시간임에도 학생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펜션 주인은 늦잠을 잔다고 생각했지만 점심이 지나서도 인기척이 없자 방을 찾아갔다.
강릉 펜션사고 현장 배기구 / 뉴스1
방문을 연 펜션 주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0명이 모두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져있었던 것이다. 놀란 펜션 주인은 119에 다급하게 신고했지만 학생 3명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나머지 7명 역시 의식을 찾지 못한 채 병원으로 이송됐다. 학생들을 덮친 것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일산화탄소였다.
당시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상 수치의 약 8배이며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에는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강릉 펜션사고 보일러에서 어긋난 연통 / 뉴스1
숨진 학생 3명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48%, 55%, 63%로 나타났다. 정상 범위는 0~5% 정도다. 생존한 학생들 역시 25~45%로 정상 범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수치를 보였다.
경찰과 소방 당국 조사 결과 일산화탄소 누출은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면서 발생했다. 설치업체 대표와 시공을 보조한 사람 모두 자격증이 없었고 건축주 역시 자격이 없는 사실을 알고도 시공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펜션 주인 역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불완전한 보일러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긴 재판을 거친 끝에 지난 2020년 4월 시공업체 대표는 징역 2년, 펜션 운영자는 금고 1년,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은 금고 1년 6개월, 시공자는 금고 2년 등을 선고받았다.
고압 산소실로 이동하는 강릉 펜션사고 피해 고교생 / 뉴스1
한편 매년 겨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소방청이 발표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119에 신고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만 총 471건에 달한다.
소방본부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반드시 설치하고, 겨울철에도 주기적으로 환기를 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캠핑장에서는 난방이 가능한 셸터를 따로 설치해 취침 공간과 생활 공간을 분리하고 핫팩, 전기요 등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난방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