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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100엔당 원화 환율이 89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날(1일) 개장 초반 892원으로 최저치를 찍었고, 오전 11시 기준 898원이다.
1일 하나은행 등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개장 초반 100엔당 892원대를 기록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환율이 151엔대를 상향 돌파하는 등 국제 시장에서 급격한 엔화 약세가 일어난 결과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핵심 통화정책 중 하나인 수익률곡선제어(YCC, 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추가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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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곡선제어 정책은 일본은행이 지난 2016년 9월 새로 도입한 '장단기 금리 조작부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의 핵심으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대체로 0% 수준에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수익률곡선제어 정책을 완화하겠다는 건 장기채 기준이 되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1%를 넘어도 무조건 매입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금리가 1%를 넘어서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국채 수익률을 낮게 유지해 왔다.
일본은행
이번 조치는 시장금리의 상한선을 높이는 조치로, 사실상 긴축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보통 긴축으로 움직이면 엔화 가치는 오르는 게 정상이지만 시장에서는 엔화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일본은행의 조치가 시장에 이미 알려진 내용 그대로이고, 이보다 더 나아간 추가 정책이 없는 탓에 커진 실망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일본 재무성은 손을 놓고 있다. 재무성이 31일 밝힌 9월 28일~10월 27일 외환 개입 실적이 '0엔'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내내 엔화 가치가 150달러 언저리였는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당국이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사실이 엔저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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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엔저 현상은 일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제어 정책을 완화한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에서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 증가에 따른 이점은 제한적이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 현상이 맞물리면서 수입 물가 상승의 충격이 가해졌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버블경제 붕괴 직후인 1992년 수준으로 되돌아가 경제 대국 3위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출 실적이 부진한 우리 기업들에도 엔저의 지속화는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엔저로 인해 일본 제품을 유사한 우리 제품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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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여행객들에게 엔저 현상은 일본을 더욱 매력적인 관광지로 돋보이게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일본을 찾은 국내 관광객은 432만 4376명이다. 코로나19 직전이었던 2019년 동기(473만 3063명) 대비 91% 수준으로 올라왔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3~4월을 제외하고 50만명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국내 일본 여행객은 6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