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정보기관의 첩자로 의심받는 여성 기업인과의 불륜 관계를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엔비디아 이사회는 외국 정보기관의 개입 가능성과 국가 안보 우려 등을 확인하기 위한 독립 조사에 착수했다.
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이사회는공식 성명을 내고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이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됐다는 최근 보도와 관련해 독립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외부 독립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독립 이사 위원회가 감독할 예정이며, 황 CEO도 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이사회는 엔비디아와 주주 이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가 안보나 엔비디아의 기밀이 유출됐다고 볼 만한 근거는 없다"며 "젠슨과 경영진을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황 CEO 역시 별도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고 가족과 회사 구성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아내에게 불충실했다. 내 행동은 아내와 자식들에게 상처를 줬고 내가 한 일에 대해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가족과 임직원 모두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평생 자신에게 사랑과 지지를 보내왔음에도 자신이 그들을 실망시켰다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비판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내와 가족들에게는 "사랑한다. 사과한다고 해서 저지른 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가족이 상처를 치유하고, 시간이 지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털어놨다.
또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가족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는 "엔비디아를 이끄는 것은 내 인생의 특권"이라며 "여러분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 안보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회사를 사랑한다. 엔비디아를 보호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황 CEO는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의 스파이로 의심받는 중국 기업인 앨리스 황(중국명 황러)과 연인 관계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기업 메가스피드의 임원 출신인 앨리스 황은 황 CEO에게 접근해 첨단 AI 반도체 관련 기밀과 미국 행정부의 정책 동향을 수집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2024년 6월 대만 타이베이의 한 술집에서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 정보기관이 두 사람을 연인 관계로 판단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크리스 쿤스 연방상원의원(민주·델라웨어)은 의회 차원의 조사를 예고했으며, 공화당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원 외교위원회·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정보위원회도 황 CEO에게 합동 브리핑에 출석해 관련 의혹을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엔비디아는 이번 논란과 관계없이 황 CEO의 경영 활동은 정상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존 리조 엔비디아 대변인은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오늘의 사건이 엔비디아의 발전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젠슨은 CEO로서 중단 없이 엔비디아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리조 대변인은 의혹이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된 지난달 29일에는 "고객과의 만남은 CEO 업무의 일부로, 젠슨은 매년 수천 명의 고객사 임원과 대화를 나눈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통상적인 업무 관계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현재까지 국가 안보나 엔비디아의 기밀이 실제로 유출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엔비디아 이사회는 독립 조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