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3일(토)

남은 핵연료 '땅속 격리'...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개발·실증 완료한 '굴착 장비'

현대건설이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깊은 곳에 처분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핵심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건설사 최초로 사용후핵연료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를 개발한 데 이어 실제 처분공 규모의 지하 암반 굴착에도 성공했다. 굴착 과정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시간 지반 분석과 라이다(LiDAR) 기반 시공 품질 검증 기술도 적용했다.


2일 현대건설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주관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개발 국책연구를 통해 처분공 실증 굴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사용후핵연료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 / 현대건설


건설사 가운데 이 연구에 참여한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통합 연구개발 조직인 HMG건설기술연구원이 굴착장비와 공법, 암반 모니터링 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뒤 꺼낸 핵연료다. 오랜 기간 높은 방사능과 열을 내기 때문에 외부 환경과 안전하게 격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용후핵연료를 장기간 격리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지하 깊은 암반에 처분시설을 만들고 밀봉한 처분용기를 별도의 구멍에 넣는 심층처분 방식이다. 이때 처분용기가 최종적으로 들어가는 구멍이 '처분공'이다.


처분공을 얼마나 정밀하게 뚫느냐는 시설의 장기 안전성과도 연결된다. 굴착 과정에서 주변 암반에 균열이나 손상이 발생하면 지하수가 이동할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전용 굴착장비는 한국형 심층처분시스템(KORADIS)이 요구하는 직경 1.75m, 길이 5.7m 규모의 처분공과 시공 조건을 반영해 설계됐다.


처분시설에서는 같은 규격의 처분공을 여러 개 시공해야 한다. 굴착을 마친 뒤 장비 앞쪽의 커터헤드를 접어 장비를 회수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현대건설은 연구용 지하 터널의 실제 암반을 대상으로 처분공 규모의 굴착을 진행해 장비 성능과 시공성을 검증했다.


굴착 과정에는 AI도 활용했다. 장비에서 나오는 굴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반 상태를 파악하고, 분석 결과와 장비 성능에 따라 굴착 조건을 조정했다.


굴착이 끝난 뒤에는 라이다 기반 디지털 매핑으로 처분공의 형태와 시공 품질을 확인하고 적합성을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연구 범위도 넓히고 있다. 처분공을 뚫는 기술뿐 아니라 지하수 유입을 억제하고 장기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콘크리트와 그라우트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 지질 특성을 반영한 암반 분류 체계와 디지털 기반 암반 평가·모니터링 기술도 고도화할 계획이다.


HMG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처분공 전용 굴착장비를 개발하고 실제 암반 굴착을 통해 성능과 시공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원전 건설부터 해체, 사용후핵연료 처분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핵심 역량을 통해 글로벌 원전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현대건설의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