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 송환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공개한 이 사실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부인하지 않았고,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포로로 잡힌 북한군 병사들이 여러 차례 한국행 의사를 밝힌 지 1년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24일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입장에 따라 그간 우크라이나 측을 비롯한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송환 사실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추가 설명에 따르면 "동 사안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도 같은 날 언론 공지를 통해 동일한 입장을 전했다.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지 않고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을 고려해 공식 확인은 피하되, 우크라이나 측의 발표에 대해서는 묵인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했다. 그는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한 사실을 비판하며 이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현재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의 북한군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이들은 포로 생활 중 언론 인터뷰와 탈북민 단체에 전달한 친필 편지 등을 통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특히 친필 편지에서는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귀순 희망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군 포로에 대해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고, 한국행을 요청할 경우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원칙을 견지해왔다. 관계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도 수차례 밝혔다. 이는 헌법 제3조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에 근거한 것으로,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본다는 헌법 해석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군 포로 문제를 직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양 정상은 북한군 포로 문제를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회담이 이번 송환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송환은 여러 측면에서 외교적 의미를 갖는다. 우선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 군사 장비를 제공해왔고, 양국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공조를 강화해왔다. 북한군 포로 송환은 이러한 협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라는 국제무대에서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북한의 전쟁 개입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북한의 반발도 예상된다. 북한은 자국 군인이 한국으로 송환된 것을 '납치'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그동안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해왔고, 특히 군인의 귀순은 체제 동요를 의미할 수 있어 더욱 강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송환된 북한군 포로들은 국내에 도착한 후 관련 법령에 따라 조사와 보호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귀순자는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의 합동 조사를 받은 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사회 적응 교육을 받는다. 이후 정착금과 주거 지원 등을 받으며 남한 사회에 정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