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11개월 동안 김치냉장고에 숨겨둔 4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의 중형이 최종 확정됐다. 범행 직후 피해자 명의로 수천만 원을 가로채고 피해자 행세까지 이어간 잔혹한 범죄에 법원이 철퇴를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살인과 사체유기,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41)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은 2024년 10월 전북 군산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했다. 이 씨는 당시 49세이던 동거녀와 다투던 중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 무려 11개월 동안 은닉했다. 두 사람은 2022년부터 1억 원이 넘는 주식 투자를 함께 진행하다 막대한 손실을 보면서 갈등을 빚어왔으며, 범행 당일 역시 주식 투자 실패를 두고 언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살해 직후 피해자의 카카오톡 메신저를 조작해 유족과 지인들에게 고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범행 이튿날부터 지난해 5월까지는 고인의 명의를 도용해 신용대출을 받거나 보험 계약을 해지해 환급금을 챙기는 등 총 8870여만 원을 부정 취득했다.
완전범죄를 노렸던 이 씨의 행각은 피해자 가족의 의심으로 막을 내렸다. "언니가 1년 가까이 전화는 받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로만 소통한다"는 피해자 동생의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의 강제수사가 시작됐다.
법원은 1심부터 엄벌을 택했다. 1심 재판부는 "차디찬 김치냉장고에 11개월간 시신을 방치해 고인의 존엄성을 처참히 짓밟았고, 피해 복구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2심에서 유족을 위해 1500만 원을 기습적으로 형사 공탁했으나 감형을 끌어내지 못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이 공탁금 수령을 거부하고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공탁 사실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양형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이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