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파전에 막걸리를 찾는 풍경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명절마다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던 차례상도 달라지는 중이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조합 대신 자신만의 취향과 트렌드를 우선하며 음식을 선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날씨나 계절에 따라 당연하게 떠올리던 음식 조합이 최근 들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 오는 날의 메뉴 선택이다. 과거엔 비가 오면 파전과 막걸리를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웠다. 빗소리가 기름에 전 부치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까지 돌 정도로 파전은 오랜 기간 비 오는 날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엔 따뜻한 국물과 채소를 함께 즐기는 샤브샤브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비' 검색량이 급증한 시점에 '샤브샤브' 검색량도 동반 상승하는 패턴이 여러 차례 관찰됐다.
비 검색량이 치솟은 8월 중순과 하순엔 샤브샤브 검색량도 크게 올랐다. 반면 '파전'과 '막걸리' 검색량은 일부 오르긴 했지만 샤브샤브에 비해 변동 폭이 작았다.
이런 변화는 실제 외식 매장 매출에서도 드러난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로운 샤브샤브에 따르면 서울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 8월 첫째 주 주말 대비 이틀 연속 비가 쏟아진 셋째 주 주말 매출이 약 10% 늘었다. 무더운 여름철엔 따뜻한 국물 요리 수요가 적지만 비가 온 뒤 기온이 떨어지면서 샤브샤브를 찾는 손님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샤브샤브가 육류와 채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 건강한 외식 메뉴로 인식되는 점도 인기 배경으로 작용한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육수와 고기, 채소, 소스를 조합한 이른바 '꿀조합'을 공유하거나 다이어트 중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샤브샤브를 추천하는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단순히 비 오는 날 뜨끈한 국물이 당겨서가 아니라 건강과 개인 취향을 중시하는 최근 외식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업체들도 이런 수요 변화에 맞춰 관련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 로운 샤브샤브는 9월에도 가을 장마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오는 17일부터 '스키야키' 육수와 다양한 버섯 토핑을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다.
음식 조합의 변화는 날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명절 차례상에서도 정해진 음식을 차리기보다 개인의 기호나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SNS에는 전이나 나물 등 전통 차례 음식 대신 고인이 생전에 즐기던 피자와 치킨 같은 일상 음식이나 케이크·디저트류를 차례상에 올렸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지난 설 연휴엔 당시 유행하던 '두바이쫀득쿠키'를 차례상에 올려도 되는지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어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통 차례 음식 대신 최신 유행 디저트를 올리는 것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것 자체가 명절 음식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업계도 빠르게 변하는 소비 흐름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음료업계에서는 유행 주기가 한 달 단위로 빠르게 바뀌는 만큼 기존 고정관념만으로는 소비자 관심을 끌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고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진 만큼 업계가 새로운 수요를 포착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