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중증자폐 아들을 홀로 돌보며 장애인 인권 증진에 헌신했던 고 전경철 작가가 생전 가장 사랑했던 아들 곁으로 떠났다. 그는 아들이 생활하는 시설이 내려다보이는 나무 아래 영면에 들었다.
지난 8일 출판사 이야기장수의 이연실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모의 글을 게재했다.
이 대표는 "전경철 작가님이 가장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할 이들 곁에 모시느라 두 군데를 다녀왔고, 다녀오니 한밤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토록 그리워했던 피터팬 아들이 살아가고 노는 모습 보시라고 아드님이 잘 보이는 양지 바른 나무 아래 수목장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생전에 방송에서 아들에게 '또 봐…아들, 또 올게' 하셨었는데, 이제 아들이 땅을 딛고 걷는 소리, 공 차는 소리, 숨소리를 나무 아래서 모두 들으실 것"이라며 고인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생전에 각별히 좋아하셨다는 티라미수 케이크와, 최근 들어 몸이 아파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실 때도 유일하게 드셨다는 자두, 그리고 평소 좋아하셨는데 아프신 이후로 드시지 못한 빨간 뚜껑 소주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경철 작가님의 어머님, 아버님이 계신 공주로 또 넘어가 부모님 옆의 소나무에 모셨다"고 덧붙였다.
전 작가는 투병 중에도 유머와 열정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전 작가가 "네버랜드 마을을 세울 수 있게 기적을 일으켜 달라고 호소하는 놈이 곧 죽을 사람처럼 아픈 티를 낼 수는 없다"며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방송이나 북토크를 할 때마다 작가님은 '천 개의 시설로부터 거절당해 돌아 나오던 때의 설움과 아픔을 잊을 수 없다'며 다른 장애인 가족들은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해달라고 늘 울먹이셨다"고 전했다.
전 작가는 부모 사후에도 중증장애인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꿈을 품었다. 이 대표는 "전 작가님은 '너무 아름다운 꿈 아니냐'며 환하게 웃어 보이곤 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네 권의 책을 만들어놓고 가고 싶다 하셨는데 그러지 못해 자꾸 눈물이 난다"면서도 "남겨두신 유고는 내달 출간할 예정이며, 인세 수익은 고인의 당부대로 100% '피터팬재단'에 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 작가의 마지막 염원이 담긴 유고집은 내달 독자들을 만난다.
이 대표는 "입관식과 화장장에서 많이 울고 화장이 진행되길 기다리는 동안 혼자 걷다가, '소망의 나무'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작가님의 아름다운 꿈이었던 피터팬재단과 네버랜드 마을을 우리들이, 피터팬의 사람들이 지켜내고 이뤄가게 해달라고 썼다"고 전했다.
전 작가는 중증자폐 아들과의 삶을 다룬 저서 '안녕, 피터팬'을 출간했으며, 장애인 자립 공간인 '네버랜드 마을'과 '피터팬재단' 설립을 추진하며 장애인 권익 향상에 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