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이태원 참사 3주기... 처음으로 참사 현장 찾은 외국인 유가족들 '오열'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25일, 참사 당시 희생된 외국인 희생자들의 가족 46명이 처음으로 참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12개국에서 온 이들은 대부분 참사 이후 처음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25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한 추모식이 열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25.10.25/뉴스1


폭 2미터 남짓한 좁은 골목 벽면에는 '같이 걷겠습니다', '희미해지는 죽음이 아니라 더 기억하고 고민하는 것이 되기를'과 같은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었습니다.


보라색 점퍼를 착용한 외국인 유족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한국인 유족들과 서로를 마주했습니다. 국적과 언어는 달랐지만, 이들은 말없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고, 헌화가 시작되자 골목길은 울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 고(故) 이상은 씨의 이모 강 모 씨는 호주 희생자 그레이스 라셰드 씨의 어머니, 이란 희생자 알리 씨의 가족과 함께 울었습니다. 강 씨는 "지난달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외국인 유가족 초청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져 다행이다. 그레이스의 어머니와는 예전부터 이야기했고 알리의 가족은 이제야 처음 직접 만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형제를 잃은 한 이란 남성은 참사 후 처음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그는 매체에 "사고 당시 너무나도 슬펐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안 된다"고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4대 종교 합동 추모예배가 진행됐습니다. 히잡을 쓴 무슬림들과 금발의 서양인들도 함께 고개를 숙이며 희생자들을 기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메시지를 적어 붙이고 있다. 2025.10.25/뉴스1


오후 2시 30분 예배를 마친 유족과 시민들은 참사 3주기 시민추모행진에 나섭니다.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대회에서는 외국인 유족 대표 3~5명이 무대에 올라 희생자들을 기리는 발언을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방한한 외국인 유족은 총 46명으로, 참사 당시 희생된 외국인 26명 중 21명의 가족들입니다.


지난 24일 입국한 외국인 유족들은 6박 7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며 추모행사, 유가족 간담회, 10·29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29일 정부 공식 추모식 등에 참석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