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세종문화회관 무대서 400kg 장치에 찍혀 장애입은 성악가, 자비로 치료하다 숨져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리허설 중 무대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입었던 성악가 안영재(30) 씨가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24일 유럽한국예술인협회(KANE)는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21일 젊은 성악가 안영재 씨가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안씨는 지난해 3월 서울시 오페라단의 공연 '마술피리' 리허설 중 400kg이 넘는 철제 무대장치가 어깨 위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그는 합창단(코러스)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었으며, 리허설 중 무대를 퇴장하던 순간 천장에서 내려온 구조물에 맞아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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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외상에 의한 척수 손상'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사고 이후 안씨는 보행이 불가능해 휠체어에 의지했고, 발성과 호흡에 장애가 생겨 성악 활동을 이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도 책임 공방은 이어졌습니다. 안씨와 구두계약을 맺은 민간 합창단은 물론, 세종문화회관 측 역시 "무대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했는지, 해당 사고로 증세가 생긴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인해 억대의 치료비 부담은 고스란히 안씨 본인에게 돌아갔습니다. 프리랜서 신분의 예술인이었기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유럽한국예술인협회는 이번 사안을 두고 "이 죽음은 단순한 사고로 치부할 수 없다"며 "공공기관의 안전 관리 부실과 제도적 미비가 초래한 명백한 비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서울시 오페라단과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서울시는 예술가의 생명을 지킬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공연예술계는 예술가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으로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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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공연예술계가 근본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예술가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 故 안영재 씨를 추모하는 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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