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구속됐습니다. 지난 7월 출범한 채해병특검(이명헌 특별검사)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만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향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한 본격 수사에도 적잖은 부담이 따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함께 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대대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습니다.
앞서 특검은 지난 21일 임 전 사단장과 최 전 대대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에게는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됐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 상병의 상급 지휘관으로, 부대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바둑판식 수색' 등 무리한 지시를 내려 채 상병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당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임 전 사단장이 원 소속 부대장으로서 지원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수색 지시를 내리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임 전 사단장 측은 "작전통제권이 없어 법적으로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는 지난 8월 특검 출석 당시 "사단장으로서 책임은 통감하지만,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이후 불거진 수사 외압 논란에서도 핵심 인물로 꼽혀왔습니다. 그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단계에서 혐의자로 지목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혐의자 명단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어 경북경찰청 수사에서도 ‘혐의 없음’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특검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조직적으로 수사 계통에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중심으로 수사를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날 이 전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일부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상당 부분 소명되지만,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 전 장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한 영장도 같은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앞서 특검은 지난 20일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는 채 상병 순직 당시 국방 업무를 총괄하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되지 않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박정훈 대령(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보직 해임, 항명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로의 사건 이관, 조사본부에 대한 결과 축소 압력 등 일련의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전 보좌관 등 4명은 사건 회수와 이첩, 박 대령 수사 등 단계별로 외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이 향후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당초 특검은 이 전 장관을 구속한 뒤 이를 동력 삼아 수사 대상을 대통령실로 확대할 방침이었지만, 이번 기각으로 인해 전체 수사 일정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핵심 피의자 구속이 무산되면서 특검의 정점 수사 구도가 다소 흔들릴 수 있다"며 "임 전 사단장 구속이 수사 명분은 세웠지만, 외압 의혹의 실체 규명에는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