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보증금 먹튀' 외국인 집주인 43명 중 22명 연락 두절... 중국인 최다

국내에서 주택을 임대한 외국인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연락두절 상태로 채권 회수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인 임대인의 전세금 미반환 보증사고는 103건에 243억 원 규모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중 HUG가 세입자를 대신해 전세금을 지급한 대위변제 사례는 67건 160억 원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채권 회수율이 극히 저조하다는 점입니다. HUG가 외국인 임대인들로부터 회수한 금액은 전체 대위변제금의 단 2%인 3억 3천만 원에 그쳤습니다. 현재 HUG에 대위변제금을 갚지 않은 외국인 임대인은 43명으로, 이들이 갚아야 할 금액은 총 155억 원에 이릅니다.


국적별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 국적이 27명으로 84억 5천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8명 53억 1천만 원, 캐나다 2명 7억 6천만 원, 일본 2명 4억 6천만 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네팔, 필리핀, 태국 국적의 임대인들도 각각 1명씩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중 22명이 완전히 연락두절 상태라는 점입니다. HUG는 43명 전체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22명은 법원의 지급명령 등 공식 서류 송달에도 수취인 불명으로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법원에서는 이들에 대해 최종적으로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한 상태입니다.


이달 초 유선 연락이 된 6명의 경우에도 자금 부족을 이유로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외국인 임대인들이 보증사고 후 해외로 출국해버리면 채권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HUG의 관리 체계에도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캐나다 국적의 한 임대인이 지난 2022년 11월 전세금 1억 1천 500만 원을 반환하지 못해 HUG가 2023년 1월 대위변제한 사건에서, HUG는 올해 3월에야 해당 주택을 경매에 부쳐 8천 700만 원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지체 없이 채무자 재산을 조사해야 한다는 자체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김희정 의원은 "HUG가 대위변제를 한 외국인 임대인이 출국해버리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들의 국적, 비자 종류, 체류 기간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보증금 일부를 제3기관에 예치하게 하고 보증사고를 내고도 변제하지 않으면 출국을 제한하는 등 현행 제도를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임대인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보증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임대차 계약 체결 시 외국인 임대인의 재산 상태와 체류 현황을 보다 철저히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