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숨진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 사건이 복수의 중국계 범죄조직이 얽힌 인신매매·살인 사건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지목한 주범 외에 또 다른 중국인 총책이 존재한다는 증언이 확보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SBS 뉴스에 따르면 박씨와 함께 감금됐던 B씨는 최근까지 '하이종'이라 불리는 중국인 총책과 연락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하이종은 가명이며 성은 손 씨, 중국 산시성 출신의 26살 남성"이라고 밝혔습니다. B씨는 "하이종이 보이스피싱 기술 전문가로, 10대 때부터 중국 본토에서 범죄 조직 활동을 해왔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하이종은 '로맨스스캠' 총책으로 알려진 또 다른 중국인과 함께 범죄조직을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감금과 폭행, 협박을 일삼으며 수익을 올렸고, 캄보디아에서 구속된 중국인 3명은 모두 하이종의 부하였습니다.
하이종은 중국과 미얀마에서 범죄 활동을 이어가다 올해 초 캄보디아로 이동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150명 규모의 범죄단지를 운영한 총책이었으며, 현지 조선족 통역에 따르면 그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1억 달러(한화 약 1,400억 원)에 달했습니다. B씨는 "조직 안팎에서 하이종의 영향력이 막강했고, 기술력과 통제력이 뛰어나 '엘리트 범죄자'로 불렸다"고 말했습니다.
박씨가 숨지기 직전의 정황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B씨는 "국정원이 지목한 주범 A씨가 박씨를 하이종 조직에 팔아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은 지난 7월 30일 밤 10시경, 박씨가 A씨 조직으로부터 2천~3천 달러에 인신매매된 뒤 시작됐습니다. "중국인 2명과 조선족 통역이 직접 박 씨를 데려갔다"며 그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박씨를 인신매매한 뒤 하이종은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B씨는 "사람을 사 와서 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것도, 돈을 지급하고 지시한 것도 모두 하이종이었다"며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하이종이 여전히 도피 중이라는 점입니다. 그는 며칠 전까지도 B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다시 함께 일하자"며 캄보디아 복귀를 권유했습니다. "브로커를 통해 베트남을 거쳐 밀입국하라"는 음성 메시지를 보냈고, "한국 경찰이 움직인다"는 경고에도 "괜찮다, 여전히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다"며 "지금은 일본인을 써서 성과가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증언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박씨 사건은 단순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아니라 복수의 중국계 조직이 얽힌 국제 인신매매·살인 사건으로 재규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미얀마와 캄보디아, 중국을 잇는 동남아 인신매매 네트워크의 실체를 드러낼 중대한 단서로 주목됩니다.
한국과 캄보디아 당국이 공조해 하이종의 행방을 신속히 추적하지 않는다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