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사기에 속아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50대 한국인 남성이 조직의 차량을 훔쳐 극적으로 탈출했습니다.
지난 22일 MBN의 보도에 따르면 50대 남성 A씨는 지난 5월 지인으로부터 "한 달만 대신 일하면 8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공항 도착과 동시에 중국인 범죄 조직원에게 붙들려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원구단지'로 강제 이송됐습니다.
A씨는 범죄 조직에 자신 명의의 통장을 제공했으나, 조직은 거래가 되지 않자 무차별 폭행과 감금을 자행했습니다.
MBN과의 인터뷰에서 A씨는 "제가 (통장) 정지를 시킨 줄 알고 저를 두드려 팼다. 수갑 채우고 삼단봉으로 때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생존을 위해 탈출을 결심한 그는 지난 6월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흉기로 무장한 조직원들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하던 중, A씨는 소변이 마렵다며 차량에서 내린 후 조직원이 방심한 틈을 타 운전석으로 달려가 차량을 탈취했습니다.
A씨는 "제가 (차에) 올라타니까 삼단봉으로 유리창을 막 때리더라. 시속 150km로 밟고 무작정 어디론가 간 거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정표 하나 없는 캄보디아 시골길을 달린 A씨는 한 주유소에서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한국대사관으로 향할 수 있었고, 12일 만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원구단지에는 비슷한 시기에 감금된 10여 명의 한국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한국인) 15명 정도 있었다. 방이 3개였는데 5명 정도. 생사를 모른다. 안쓰럽다"라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탈출에 성공했지만, 그는 당시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취업 사기를 통한 한국인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주로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피해자를 현지로 유인한 후, 여권을 압수하고 강제로 보이스피싱이나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에 동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폭행과 감금 상태에서 범죄에 가담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관련 당국은 해외 취업 사기 예방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고, 피해자 구조를 위한 국제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