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37년전 실종된 '지적장애인' 오빠, 신안서 '염전 노예'로 발견... 경찰은 알고도 '방치'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지적 장애인이 37년간 노동 착취를 당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21일 SBS는 신안군 신의도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A씨가 지적장애인 장모씨에게 2019년부터 4년 반 동안 임금 6600만 원을 미지급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A씨는 지난 2014년에도 부친이 유인해 온 지적장애인을 착취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IQ 42의 중증 지적장애인인 장씨는 20대 후반이던 1988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실종됐습니다. 장씨의 가족들은 그가 사망했다고 여겼으나, 37년 만인 지난 7월 그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법원에서 광주 한 요양병원이 신청한 성년 후견 절차 동의를 묻는 우편물이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급히 해당 병원을 찾아가 장씨를 데려왔습니다.


가족들이 병원에서 만난 장씨의 상태는 참혹했습니다. 수십 년간 염전에서 소금을 채취한 결과 그의 발톱과 치아는 모두 빠져 있었습니다.


장씨는 지난해 10월 염전이 폐업하면서 요양병원으로 보내졌다고 합니다. 요양병원 측은 염전주 A씨가 장씨를 '무연고자'로 설명했다며 "가족이 전혀 없으니까 병원에서 후견인을 맡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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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염전에서 강제 노역 관련 경찰 단속을 피해 산과 창고에 숨기를 반복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염전주 A씨는 "자신은 오갈 데 없는 장씨를 돌봐준 것뿐"이라며 "경찰에 다 얘기했으니 더 이상 물어보지 말라"고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장씨는 A씨 부자로부터 대를 이어 최소 20년간 착취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씨 부자는 2014년 또 다른 지적 장애인 B씨를 유인해 착취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당시 장씨도 피해자로 인지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의 수사 자료에는 A씨가 염전 강제노역 사건이 공론화되자 장씨와 B씨를 섬에서 빼돌려 전남 무안군 가족 집으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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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인권센터가 상담한 염전 강제노동 피해자 명단에도 포함되었지만, 구조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도 신안군이 장씨의 실상을 확인하고 경찰에 A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지만, 장씨는 A씨와 분리되지 않은 채 조사를 받았고 결국 염전에 그대로 남겨졌습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장씨 가족 한 명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고, 장씨가 거부해 A씨와 분리시키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신안군청 관계자 역시 "본인들이 '나 지금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바로 분리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염전 노예 피해자 장씨 측 법률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구조해낼 골든타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계속 그 학대 현장에 있겠다고 하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하냐. 착취당하도록 내버려 둬야 하냐. 그게 국가의 역할은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