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불 난 건물서 '생후 2개월' 아기 먼저 살리고... 대피 중 추락한 엄마, 끝내 숨져

경기 오산에서 한 여성이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구하려다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이웃이 라이터 불을 켠 채 파스 스프레이를 뿌리며 바퀴벌레를 잡다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5분께 오산시 궐동의 5층짜리 상가주택 2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빠르게 번져 위층까지 퍼졌고, 꼭대기층(5층)에 거주하던 중국 국적의 30대 여성 A씨는 연기에 휩싸인 집 안에서 가장 먼저 생후 2개월 된 아기를 품에 안았습니다.


A씨는 남편과 함께 창문을 열고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 바로 옆 건물의 같은 층 주민이 창문을 통해 아기를 받아 대피를 도왔습니다. 두 건물은 1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진제공=경기소방서


남편은 이어 창문을 통해 옆 건물로 건너가 탈출에 성공했지만, A씨는 남편을 따라 대피하던 중 갑자기 10여m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추락 과정에서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힌 그는 크게 다쳤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0시 40분께 숨졌습니다.


A씨는 약 두 달 전 출산 후 회복 중이었으며, 남편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경찰은 부부가 생후 2개월 아기가 유독가스에 치명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계단 대신 창문을 통한 대피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은 2층에 거주하던 20대 여성 B씨가 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경찰에 "SNS에서 본 방법으로 바퀴벌레를 잡으려 했다"며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잡은 적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라이터 불꽃이 스프레이 가스에 옮겨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나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인명 피해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출동했습니다. 화재는 약 40분 만인 오전 6시 20분 완전히 진화됐습니다. 대응 1단계는 인근 4개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단계로, 화재 규모에 따라 2~3단계로 확대됩니다.


이 불로 A씨 외에도 주민 8명이 연기를 흡입해 부상을 입었고, 14명이 스스로 대피했습니다. 연면적 940㎡ 규모의 상가주택에는 1층 음식점과 2~5층 32세대 주택이 들어서 있습니다.


사진제공=경기소방서


경찰은 B씨가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으며, 정신질환 이력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재 경찰은 B씨를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며, 이날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사진제공=경기소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