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매년 방음벽 충돌해 죽는 야생동물 81% 급증... 정부는 현황조차 몰랐다

국내 야생동물들이 투명 방음벽 충돌과 수로 추락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법적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2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투명 방음벽 충돌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가 2023년 375개체에서 2024년 682개체로 81.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더욱 심각한 것은 중대형 수로 추락 피해로, 같은 기간 84개체에서 465개체로 5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국립생태원은 매년 인공 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2023년 조사에서는 건축물 10곳, 방음벽 23개 구간(총 3.7km), 중대형 수로 20구역(65.9km), 소형 수로 20구역(39.3km)을 대상으로 실시했습니다.


2024년에는 조사 대상지를 일부 조정하여 건축물 10곳, 방음벽 22개 구간(총 3.6km), 중대형 수로 25구역(64.6km), 소형 수로 15구역(35.7km)에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국립생태원이 2018년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 연구보고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줍니다. 건물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 충돌로 연간 약 800만마리의 조류가 폐사하고 있으며, 농수로에서 빠져 죽는 야생동물도 매년 약 9만마리(양서·파충류 제외)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2022년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야생동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인공 구조물 관리 의무를 갖게 되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제공 = 경기도


2023년 6월에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유리벽 건물과 방음벽에 점·선형 무늬 적용, 수로 탈출로 설치 등 구체적인 지침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법적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 피해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피해 방지 조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후부는 "각 시·도에서 조례를 통해 저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설치된 시설물 현황을 집계한 자료는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재 기후부가 진행하는 관련 예산 사업은 연간 1억2000만원 규모의 '조류충돌 방지테이프 지원 사업'이 전부입니다.


이마저도 스티커 자재비만 지원하고 시공비는 신청자 부담으로 인해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강득구 의원은 "정부가 법까지 만들어놓고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환경부는 전국 공공·민간 인공 구조물의 저감조치 이행 현황을 전수 조사하고, 시공비를 포함한 실질적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