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을 동시에 수급하는 노인 부부가 30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실제 받는 연금액은 월평균 24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함께 받는 부부 수급자는 2021년 256만명에서 2024년 297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269만명, 2023년 284만명을 기록하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 동시 수급자들의 월평균 연금액은 2021년 22만6000원에서 2024년 24만7000원으로 소폭 상승에 그쳤습니다.
2022년 23만1000원, 2023년 24만3000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기준연금액이 30만원에서 33만4000원으로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기초연금법상 부부감액제도가 있습니다.
현행법은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되, 부부가 모두 수급자인 경우 각각의 연금액에서 20%를 감액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혼자 살 경우 올해 기준 최대 월 34만2510원을 받을 수 있지만, 부부가 함께 기초연금을 받으면 둘이 합쳐 최대 54만7160원만 수령할 수 있습니다.
부부감액제도로 인해 매월 13만7860원, 연간으로는 165만4320원을 적게 받는 셈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은 "기초연금의 목적은 노후소득 보장과 빈곤 완화에 있으나 부부감액제도는 저소득 노인에게 되레 이중의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모든 노인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부감액제도는 부부의 경우 혼자 사는 노인과 달리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한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의료비와 돌봄비는 개별적으로 지출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이러한 감액제도의 불합리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부부감액제도는 꼭 없애야 한다. 감액을 피하려고 위장 이혼하는 노인들이 많다. 패륜적 제도"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기초연금 부부 감액 완화' 방안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요 업무 추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 연금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기초연금 부부 감액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현재 20%인 감액률을 2027년까지 15%, 2030년에는 10%까지 낮추는 방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공개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부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재정 부담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을 시사했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기초연금 부부 감액 수준의 적정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20% 감액률은 전체 노인 가구를 평균적으로 살펴보면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초연금을 받는 부부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단독가구의 약 1.22배로, 제도가 가정한 1.6배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균 수치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소득하위 20%(1분위)에 속하는 노인 부부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단독가구보다 1.74배나 높았습니다.
제도의 이론적 기준인 1.6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로, 20% 감액된 기초연금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산 하위 20% 부부 가구는 보건 의료비 지출이 단독가구의 1.84배에 달하는 등 특정 항목에서 지출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제도가 정작 기초연금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최빈곤층 노인 부부에게는 '벌금'처럼 작용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만수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소득·자산 수준이 다양해지고 있어 단순히 부부감액제도만으로 형평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기초연금이 실질적인 공공부조 역할을 하려면 저소득·저자산 부부 가구 등 취약계층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