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5명에게 새 삶 선물하고 떠난 백세희 작가... 전세계에서 '추모' 물결 일렁이고 있다

우울증 치료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백세희(35) 작가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그의 작품이 남긴 깊은 울림에 대한 감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나종호 조교수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백 작가에 대한 추모의 글을 게재했습니다.


나 교수는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 글을 쓰기 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힘을 내서 다시 시작할 무렵, 백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을 한국에서 구해왔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Facebook '나종호'


그는 "'책 제목을 어쩜 이렇게 잘 지었을까' 생각하며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서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구나' 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 교수는 백 작가의 영향력에 대해 "한 사람의 유산은 '그가 닿았던, 변화를 준, 도움을 준 모든 삶'이라 합니다"라며 "그녀의 글로 누군가는 살아갈 용기를 받고 침대·방에서 나올 동기를 얻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정신과·상담소의 문턱을 넘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에 닿은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남겨진 고인의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백 작가의 부고는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기증원은 지난 16일 경기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에서 백 작가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 폐장, 간장, 신장(양쪽)을 기증하여 5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세희 작가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백 작가는 2018년 출간한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기분 부전 장애와 불안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23년까지 국내에서만 50만부가 판매되었으며, 영국에서도 출간되어 1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국제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백 작가는 이후 '나만큼 널 사랑한 인간은 없을 것 같아',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등의 작품을 통해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백 작가의 별세 소식을 접한 독자들은 그의 인스타그램과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백세희 작가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 독자는 "작가님 책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라고 댓글을 남겼으며, 다른 독자는 "여리고 아프기만 했던 제게 힘과 용기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책",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우울한 마음도 풀리고 살아가는 희망을 얻었습니다" 등의 추모 댓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도 추모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작가님의 책 덕분에 저는 제 군 생활을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편히 쉬시기를"이라고 올렸고, 또 다른 누리꾼은 "백세희 작가에게 감사를 전하며, 부디 그곳에서는 평안하기를 빕니다"라고 게시했습니다.


일본인 누리꾼은 "백세희, 당신이 쓴 책은 내 인생을 구해줬습니다"라며 "고맙습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출판계와 방송계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즈덤하우스 엑스 계정 캡처


백 작가와 함께 작업했던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너무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합니다"라며 "글로 많은 사랑을 나누고자 했던, 우리가 사랑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백 작가가 출연한 바 있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우리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용기를 전했던 작가님의 목소리를 영원히 기억합니다"라며 생전 강연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영어로 번역한 번역가 안톤 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백 작가의 장기 기증으로 5명이 생명을 구했다는 소식을 공유하며 "하지만 그의 독자들은 그가 글로 수백만명의 삶을 더 감동시킨 것을 알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해외 언론들도 백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엔엔(CNN)은 17일(현지시각) 장기기증 소식을 전하며 "기증원의 발표엔 백 작가 사망 원인이 명시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영어로 번역된 책 'i want to die but i want to eat tteokbokki'를 언급하며 "이 책은 치료와 정신 건강에 대한 솔직하고 깊이 있는 논의로 2018년 출간 당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CNN 기사 캡처


2022년 영어로 번역되자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어 영국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뉴욕타임스' 추천을 받았습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영국 BBC, 가디언 등도 부고 기사를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