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정부의 제재를 받은 캄보디아 기반 범죄 조직 '프린스 그룹(Prince Group)'이 서울 도심에 사무실을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프린스 그룹의 부동산 계열사인 '프린스 리얼이스테이트 그룹'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 중구 순화동에 한국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프린스 그룹은 지난 5월 국내에서 쇼룸을 개설했다고 홍보한 데 이어, 8월에는 서울에서 갤러리 행사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서 의원실은 전했습니다. 또한 2022년에는 캄보디아 한국상공회의소와 교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서 의원실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해당 건물 17층은 공유오피스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프린스 그룹의 실제 영업 활동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 기재된 전화번호 역시 캄보디아 국가번호로, 연결이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현재는 이 장소를 사무실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범수 의원은 "프린스 그룹의 부동산 계열사는 자금 세탁에 활용되고 있다"며 "국내 거점을 전수 조사하고, 부동산 구매 내역과 자금 출처, 해외송금 및 암호화폐 거래 내역을 신속히 분석해 범죄 관련 자산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공식 지정하고 강력한 제재에 나섰습니다.
프린스 그룹은 카지노와 '스캠 센터'로 위장한 시설을 운영하며 허위 구인 광고로 외국인을 유인한 뒤 감금·폭행해 온라인 금융 사기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자들과 신뢰 관계를 쌓은 뒤 거액의 투자를 유도해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돼지 도살(Pig Butchering)' 수법의 배후로도 지목됐습니다.
영국 정부는 프린스 그룹과 회장 천즈(Chen Zhi)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성명에서 영국 정부는 "프린스 그룹이 캄보디아 등지에서 스캠센터로 사용되는 카지노 단지를 건설하고 대리인을 통해 운영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천즈 회장은 1987년 중국에서 태어나 빠르게 부를 축적한 뒤 캄보디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는 키프로스와 바누아투 시민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레저·엔터테인먼트 기업 '진베이 그룹'과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 거래소(BX Exchange)'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영국 정부는 또 '골든 포천 리조트 월드(Golden Fortune Resorts World)'를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프린스 그룹 자회사가 건설한 프놈펜 외곽의 대규모 스캠 단지 배후 회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천즈 등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사업체를 두고 런던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런던 내 1,200만 파운드(한화 약 230억 원) 규모의 저택과 1억 파운드(약 1,900억 원)짜리 사무용 건물, 아파트 17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재무부 역시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며 천즈 회장과 관련 단체를 상대로 146건의 제재를 시행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했으며,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재판에 회부했습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또 천즈 회장이 보유한 약 150억 달러(한화 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 7,271개를 몰수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미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압류로 기록됐습니다.
한편 프린스 그룹은 과거 '버닝썬 사건'으로 국내 연예계에서 퇴출된 승리와의 연루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승리는 지난해 초 '프린스 브루잉'과 '프린스 홀딩스' 로고를 배경으로 한 무대에 등장해 "캄보디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라고 외치며 현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