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범죄단지 뒤에는... "중국계 삼합회 있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 사건이 잇따르며, 이른바 '범죄단지'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중국계 폭력조직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의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범죄는 중국 삼합회(三合會)가 깊숙이 개입한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동남아 전역 장악한 삼합회... '14K'·'선이온' 캄보디아로 세력 확장
16일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미국 재무부, 미얀마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삼합회 조직은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납치, 감금, 고문, 온라인 사기 등 각종 범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UNODC는 보고서에서 "마카오 등에서 도박 산업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중국 범죄단체들이 당국 단속 강화 이후 캄보디아 등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시아누크빌 경제특구는 삼합회 산하 조직인 '14K'와 '선이온(新義安)'의 근거지로 떠올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의 느슨한 규제, 외국자본 유입, 카지노 산업 확산이 맞물리며 온라인 사기와 도박 범죄가 급속히 확산했습니다. 일부 조직은 현지 권력층의 비호를 받으며 불법 사업을 합법 산업으로 위장해 세력을 키웠습니다.
UNODC는 시아누크빌 외에도 태국 국경 인근 라오스 북서부 보케오주의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를 대표적 범죄 거점으로 지목했습니다. 이곳은 인신매매, 마약, 자금세탁, 온라인 사기가 결합된 복합 범죄지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부러진 이빨' 완 콕코이... 캄보디아 암호화폐·경호사업까지 손댄 14K 두목
삼합회 계열 중에서도 동남아 온라인 사기와 가장 밀접한 조직은 '14K'로 꼽힙니다. 두목은 '부러진 이빨(Broken Tooth)'로 불리는 완 콕코이(尹國駒)로, 마카오에서 악명 높은 조직 두목으로 군림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1998년 체포돼 약 14년간 복역했으며, 2012년 출소 후 "조용히 살겠다"고 했지만 곧 다시 사업에 복귀했습니다.
완 콕코이는 2018년 캄보디아에 '세계 홍먼 역사문화협회'를 세우고 암호화폐 발행, 부동산, 보안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보호를 명목으로 한 민간 경비회사를 운영하며 합법적 외피 아래 범죄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홍콩의 '동메이 그룹', 팔라우의 '팔라우 중국 홍먼문화협회' 등 다수 법인을 통해 자금세탁과 국제 네트워크 확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2020년 이들 법인 3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완 콕코이가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의 고위 인사들과 결탁해 불법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사기로 전환... 전 세계로 번지는 '범죄 생태계'
캄보디아에는 2010년대 중국 자본이 대거 유입되며 카지노·호텔 산업이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동이 제한되자 조직들은 온라인 도박,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코인 투자 사기 등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들은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미끼로 사람을 유인하거나 납치해 감금한 뒤, 폭력과 협박으로 온라인 사기 업무에 강제로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피해자 상당수는 중국,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외국인입니다.
UNODC는 "이들 조직은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를 넘어 남미, 아프리카, 중동, 유럽으로까지 범죄망을 확장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잠비아, 앙골라,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국가와 피지, 팔라우, 통가, 동티모르 등 태평양 섬나라들도 새로운 거점으로 언급됐습니다.
심인식 UNODC 선임분석관은 "중국계 조직이 주축이지만, 수십 개국의 범죄자와 피해자가 연루돼 있다"며 "사기와 납치뿐 아니라 마약, 자금세탁, 사이버범죄가 결합된 글로벌 범죄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와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각국이 합동 단속을 추진 중이지만, 삼합회 등 초국가적 범죄조직은 여전히 세를 확장하며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