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故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 '소아마비' 난관 극복하고 5선 의원... "한국의 루스벨트"

5선 국회의원 이상민, 67세로 별세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별세했습니다. 향년 67세.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3분경 "마비 증세의 환자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119구급대가 대전 유성구 자택에 도착했을 때 이 위원장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1시 11분경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상민 전 의원은 당뇨 등 지병이 있었으며, 지난해부터 증상이 심해져 투석하며 입원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전 의원이 지난 2023년 12월 4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ETRI 노동조합 창립 3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뉴스1


1958년 대전에서 태어난 이 위원장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해 충남고와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24기)을 수료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습니다.


이 위원장의 정치 여정은 2004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소속으로 17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 지역구에 당선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의 정치적 행보는 소신에 따라 당적 변화도 있었습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재선에 성공했고, 2011년에는 다시 민주통합당으로 복귀했습니다.


이후 19대, 20대, 21대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되며 5선 의원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2023년 1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에 반발하며 "이재명 대통령에 의한 사당화(私黨化)"를 주장하며 탈당했습니다.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해 2024년 22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아쉽게 낙선했습니다.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이 25일 대전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5 / 뉴스1


'미스터 쓴소리'의 소신 정치


이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미스터 쓴소리', '골수 비주류', '만년 아웃사이더' 등의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그는 소속 정당과 관계없이 소신 있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는데요. 2020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간 갈등이 격화했을 때, 민주당 소속임에도 "둘 다 동반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문재인 대통령, 김어준씨 등이 성역화돼 패거리 정치가 활개친다"고 비판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시기에도 "비명(비이재명)은 숨 쉴 공간도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당이 건강해진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발언으로 문자폭탄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 위원장은 장애를 가진 정치인으로서 그는 미국의 제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소아마비로 두 다리가 마비됐던 것을 본 따 스스로를 '한국의 루스벨트'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그런만큼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습니다.


2005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시작으로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 장애인연금법안,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 등 10건이 넘는 장애인 및 사회복지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2021년에는 평등법을 대표 발의하는 등 장애인과 성소수자 권리 옹호에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민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이 15일 별세했다.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 이상민 위원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2025.10.15 / 뉴스1


정치권의 애도


이상민 전 의원의 별세 소식에 여야를 막론하고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장동혁 대표, 한동훈 전 대표, 김미애·박성훈·정연욱 의원 등이, 민주당에서는 박범계·조승래·장철민 의원 등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어렵게 우리 당으로 모셨던 분이라 더욱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며 "진정한 의회민주주의자"라고 추모했습니다.


빈소는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7일 오전 9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