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화장실 비상벨 '물 내림 버튼'처럼 누르는 외국인… 경찰 "골든타임 놓칠 수도" 우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늘어나는 비상벨 오작동


최근 서울 시내 공중화장실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실 내 비상벨을 변기 물 내림 버튼으로 착각해 누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겁니다.


15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휴지가 다 떨어졌어요"라는 비상벨 신고를 받고 당황했다고 합니다. 공원 화장실을 이용하던 외국인이 비상벨을 건물 관리실과 연결되는 버튼으로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비상벨 신고를 들어보면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만 나는 경우도 있다. 물 내림 버튼인 줄 알고 잘못 누르는 것"이라며 "이런 신고로 비상벨이 있는 곳까지 출동하다 다른 사건 현장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함안군


전국 비상벨 신고 중 37%가 오작동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비상벨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 접수된 105만 1868건 중 38만 6560건(36.7%)이 오인·오작동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울 내 주요 경찰서 5곳(중부서·종로서·남대문서·마포서·강남서)의 경우, 8월 한 달 동안 접수된 비상벨 신고 730건 중 442건(60.5%)이 오인·오작동으로 나타났습니다.


영문 표기 부족이 주요 원인


이같은 문제의 주요 원인은 화장실 안 변기 근처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어 물 내림 버튼으로 오해하기 쉽고, 특히 영문 표기가 제대로 돼있지 않은 비상벨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학승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입국하는 외국인 규모에 비해 비상벨을 포함해 외국어 표기가 없는 시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영문 표기 설치 후 오작동 급감


공중화장실, 공원, 도로 등에 설치된 비상벨은 112 신고로 접수될 때 '코드1'(긴급)으로 분류돼 경찰이 즉시 출동하게 됩니다. 하지만 비상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하면 실제 상황이 벌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지난 5월 경찰은 오인 신고가 잦은 서울 중구의 공중화장실 2곳의 비상벨에 '폴리스 헬프'(police help)라고 적힌 아크릴 커버를 설치했고, 오인 신고가 설치 전 한 달간 76건에서 이후 5건으로 급감했습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력이 낭비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영문 안내판을 병기하고 비상벨 설치 위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