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캄보디아 감금 피해자들, 구조 어려워질 듯... "현지 조직들 '수상한 움직임' 포착"

캄보디아 범죄조직,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 정황... "한국인 대상 범죄 확산 우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납치·감금 등 범죄를 저질러온 사기 조직들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이들이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거점을 옮길 경우, 한국 정부의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거리(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시아누크빌 '웬치 단지'서 대규모 이동 포착... "정부 단속 피하려는 움직임"


15일 중앙일보는 복수의 텔레그램 채널과 현지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이른바 '웬치(园区)'라 불리는 대규모 범죄단지 내에서 사기 조직들이 집단적으로 짐을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 텔레그램 채널에는 사람들이 건물에서 컴퓨터 모니터 등 사무 장비를 승합차와 화물차에 싣는 사진과 영상이 게시됐으며, "구역 내 회사들이 긴급 대피를 준비 중"이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일부 게시물에는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시아누크빌이 주요 문제 지역으로 지목돼 당국이 정비에 나선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국내 경찰 관계자는 "최근 한국 언론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캄보디아 범죄단지 문제를 집중 조명하자, 조직들이 주목을 피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이미 다른 지역 관료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사전 정지 작업을 마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경찰청


"라오스·태국·베트남 등으로 분산 중"... "이미 70%는 캄보디아 떠나"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에는 이미 한국인 조직원 중심의 유사 범죄 조직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번 이동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폭로해온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 '천마' 황모 씨는 "정부 대응이 너무 늦었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조직의 70%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옮긴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경찰은 태국 파타야에서 조직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 25명을 검거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캄보디아 조직과 마찬가지로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내세운 광고를 통해 모집된 인원들이었습니다. 범죄조직 내부에서는 '회사'라는 이름으로 조직 생활을 하며, 보이스피싱 등 전자사기를 '업무'처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외 사기 조직을 추적한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재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조직이 고수익을 미끼로 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이번 캄보디아 조직도 과거 필리핀, 미얀마 등지에서 활동하던 사기 조직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 / gettyimagesBank


이날 기준으로도 여러 교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월 2000만 원 보장', '해외 텔레마케팅(TM) 업무', '숙식 제공' 등의 문구로 한국인을 유혹하는 구인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경 넘어 이동 시 구조 난항 우려... "ODA 연계 외교 대응 필요"


범죄 조직이 국경을 넘어 이동할 경우, 현지에 감금된 피해자 구조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경찰이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전담 경찰관)를 파견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조직이 다른 나라로 근거지를 옮기면 이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법 대응과 함께 외교적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캄보디아가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교적 인센티브를 활용한 대응도 가능하다"며 "ODA 협력 조건에 자국민 안전 보장 조항을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캄보디아 '웬치 단지'가 사실상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가운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 범죄조직의 이동과 확산이 새로운 안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