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중국인 아닙니다"... '혐중' 정서에 두려움 가득한 대만인들, 한국에 '이것' 챙겨왔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 후 대만 관광객들의 고민


지난달부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대만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예상치 못한 아이템이 등장했습니다.


자신이 중국인이 아닌 대만인임을 알리는 '대만인 배지'입니다.


대만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나는 대만 사람입니다' 배지 /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4일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반감이 심한데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할까"라는 글과 함께 특별한 배지 사진이 게시되었습니다.


해당 배지에는 '대만 사람이에요'라는 한글 문구와 함께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기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대만 누리꾼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택시 운전사들은 관광객 자주 태우니 대만인과 중국인 차이를 알 수 있지만, 일반 사람들은 정말 알 수 없다. 일부 가게 주인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한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모두 똑같을 거다. 개인적으로 대만은 '섬짱깨'일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배지 착용 후 달라진 현지 반응


실제로 배지를 착용한 대만 관광객의 경험담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한국에 방문 시 이 배지를 달았는데, 점원이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걸 느꼈다. 반드시 가지고 다녀라"고 강조하며 배지의 효과를 증언했습니다.


대만과 중국은 각각 번체자와 간체자를 사용하는 등 언어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표준어 발음이 비슷해 이를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언어적 유사성이 대만 관광객들의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만인 대상 실제 범죄 사건들


지난 9월 홍대 거리에서 한국인 남성 2명에게 폭행 당한 대만 여성 유튜버 / Threads


대만 관광객들의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닙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대만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최근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는 대만 국적 유튜버 A씨가 한국인 남성 2명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남성 2명은 A씨에게 '하룻밤을 보내자'고 제안하며 신체 접촉을 했다가 이를 거부하자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경찰의 대처도 논란이 되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A씨를 폭행한 사람이 중국인이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한국인으로 정정하기도 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지난 4월 30대 남성 B씨가 한국에 여행 온 20대 중국인 여성 2명의 허리를 걷어차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B씨는 이들이 버스 안에서 중국어로 대화했다며 버스에서 내려 정류장까지 쫓아와 폭행했습니다.



YouTube '자유대학'


혐오범죄로 인정받은 사건과 법원 판결


B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닷새 뒤에도 대만인 30대 남성을 중국인으로 오인해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8월 B씨에게 "피고인이 평소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야간에 중국인을 노리고 범한 혐오범죄로 보이는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 사건이 '혐오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적시했고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국내에서 혐중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1명은 중국인으로 집계되었습니다.


8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0만 5,000명으로, 올해 1월(36만 4,000명)보다 1.7배 늘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57만 8,000명)을 넘어선 수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