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 10명 중 8명, 성희롱·폭언에 무방비 노출
국내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들이 고객으로부터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손솔 진보당 의원이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함께 실시한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자 인권·안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2%가 고객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온라인 설문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골프장 경기보조원 9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일상화된 언어폭력과 성추행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골프장 캐디들이 겪는 인권침해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반말이나 비하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이 97.8%로 거의 모든 캐디가 언어폭력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욕설·폭언을 당한 경우는 75.3%, 성추행 피해는 67.7%에 달했습니다.
물건을 던지는 행위를 당한 캐디도 61.3%였으며, 심지어 신체 폭행을 당한 경우도 12.9%나 되었습니다.
사업주의 무관심과 방관
문제는 이런 인권침해 상황에서 골프장 사업주들의 대응입니다.
인권침해 방지를 위한 사업주 조치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응답이 44.1%로 가장 많았습니다.
'참으라거나 방관했다'는 응답도 26.9%에 달했고, '오히려 고객에게 사과를 요구받았다'는 응답이 2.2%가 나왔습니다.
법적 보호장치는 있지만 현실은 달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근로자에게 건강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가 업무 중단, 휴식 시간 연장, 치료·상담 지원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 결과 현장에서는 관련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리적 위험도 상존
캐디들은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물리적 위험에도 노출돼 있습니다.
캐디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꼽은 요소는 4점 만점 기준으로 '홀 간격이 가까워 공에 맞는 사고(3.48점)'였습니다.
이어 '코스 단차로 인한 발목 부상(3.32점)', '폭우·폭설 시 카트 미끄러짐(3.2점)', '같은 팀 내에서 공에 맞는 사고(3.06점)', '고객의 클럽에 맞는 사고(3.01점)' 순으로 위험 요소가 나타났습니다.
손 의원은 "캐디 노동자들은 골프장의 서비스 제공자이기 전에 폭언과 낙뢰를 함께 견디는 위험 노동자들"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인권침해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