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인회, 일주일 10건 구조 요청에 발 동동
캄보디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현지 한인회에는 일주일에 5~10명씩 탈출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쏟아지고 있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명규 캄보디아 한인회장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혼자 탈출하는 경우도 있고 두세 명씩 무리져서 도망 나와서 함께 있다가 연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라며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많다보니 어려움이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정 회장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감금과 폭행을 당하고 불법적인 일에 동원됐다가 경비병을 피해 도망을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들은 여권 등 신분증이 없는 상태로 대사관이나 한인회로 무작정 택시를 타고 오게 되며, 이에 경찰서에 정상적으로 여권 분실 신고를 하고 긴급 여권을 만들어서 돌려보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항에서 재납치되는 피해자들, 더 심한 폭행 당해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들이 공항에서 붙잡혀 다시 범죄 조직에 끌려가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정 회장은 "그런 경우는 폭행이 더 심해집니다"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인회뿐만 아니라 대사관에서도 올해만 벌써 400~500건 정도의 신고 건수가 접수됐으며, 교도소, 유치장, 경찰서에 잡혀 있는 청년들도 있는 상황입니다.
현지 범죄 조직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국인을 유인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처음에는 통·번역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고 광고를 냈습니다"라며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가서 서류를 전달해 주면 이렇게 수익을 주겠다' '여행 동행해 주면 비행기 값을 대주겠다' 이런 광고들이 올라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감금된 피해자들이 지인 유인하는 악순환 구조
이미 감금된 피해자들이 지인을 데려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감금된 이들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유인해 오면 너는 보내줄게' '유인해서 데리고 오면 돈을 지급해 주겠다'라는 경우도 봤습니다"라며 "보이스피싱, 마약 운반, 로맨스 스캠, 주식 리딩방, 온라인 카지노 등 다양한 범죄와 관련이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5일에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온 한국 청년 2명이 시하누크빌에 있는 중국인 범죄 단지로 팔려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창수 시하누크빌 한인회장에 따르면, 이 한국인들은 한 달에 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지인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왔다가 납치됐습니다.
이들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범죄 단지에 끌려가던 중 승합차가 휴게소에 잠시 멈춘 틈을 타 탈출한 뒤 대사관에 신고했습니다.
3년간 구조한 한국인만 200명 넘어
당시 건장한 중국 남성들이 한국인들을 뒤쫓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휴게소 직원이 신고하면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대사관으로부터 도움 요청을 받은 오 회장은 현지 경찰에 가서 "이 한국인들은 취업 사기를 당해서 여기에 왔습니다"라며 "범죄 단지에 넘어가기 전이어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으니 풀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후 한국인 2명은 닷새가량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가 석방됐고 오 회장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오 회장은 지난달 중순에도 한국인 2명이 범죄 단지 합숙 시설 3층에서 뛰어내려 탈출했지만 이 중 한 명은 중국인들에게 잡혀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오 회장은 "3년 전부터 캄보디아에서 구조한 한국인이 200명이 넘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고수익 유혹에서 빠져 캄보디아에 오는 20∼30대 한국인이 많습니다"라며 "캄보디아에서 월급으로 1000만원은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라며 고수익 알바 미끼를 조심하라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