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공공보행로 폐쇄 논란의 배경
서울 강남권의 대단지 아파트에서 공공보행로 폐쇄를 둘러싼 갈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고덕아르테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내 공공보행로에 입주민만 출입할 수 있는 보안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입주민 투표 결과, 아파트 단지 중앙을 관통해 상일동역으로 연결되는 보행로 곳곳에 카드 인식 자동문과 펜스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이 보행로는 공공 개방이 의무인 공공보행로이지만 동시에 사유지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 복잡한 법적 쟁점을 안고 있습니다.
입주민 안전 vs 공공성, 팽팽한 대립
입주민들이 보안시설 설치를 결정한 배경에는 지난 7월 발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청소년 3명이 지하주차장에 무단 침입해 차량에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난동을 부린 사건이 벌어졌고, 이후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크게 높아진 상황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오랫동안 시설물 파손과 보행자 위협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입주민의 안전과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지자체의 유지·관리·단속 등은 일절 없어 여러 부담이 전적으로 입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보안시설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해당 단지 보행로 입구에는 전동 자전거와 킥보드 등의 진입을 막는 길말뚝(볼라드)이 설치되어 있고, 곳곳에는 '이 보행로는 입주민이 소유한 사유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인근 주민들의 불편과 재건축 허가 조건 논란
하지만 이러한 조치로 인해 인근 단지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보행로가 막히면서 상일동역 5번 출구까지 가려면 최대 500여 미터를 빙 둘러 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기존에는 직선으로 연결되던 길이 우회로로 바뀌면서 보행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인근 단지 주민들은 지난달 방송된 딜라이브 뉴스를 통해서도 "다니던 길을 막을 수가 있냐. 그럼 여기 막고 어떻게 한다고. 자기네 주민들만 다닌다는 거냐",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이제 사람들 다니고 있는데 막아서 주민들만 다닌다는 거냐. 그런 게 어딨냐"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공보행로 개방이 재건축 허가 조건이었다는 점입니다.
재건축 당시 공공성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폐쇄하려는 시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중재 시도와 향후 전망
강동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청장이 직접 나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덕아르테온 입주자대표회의는 13일 강동구에 공문을 보내 보안시설 설치 허가를 공식 요청할 예정입니다.
만약 강동구가 이를 거부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