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제주 바다 비상"... 산호 갉아먹는 기생생물, 가파도까지 확산

제주 천연기념물 해송, 기생생물 침입으로 생존 위기


제주도 연안의 소중한 해양 생태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연산호 군락지에서 산호를 죽음으로 이끄는 기생생물이 급속도로 번식하며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가파도 부근 해역까지 이러한 기생생물의 침입이 확인되면서 제주 바다 생태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13일 MBC '뉴스투데이'는 가파도에서 동쪽으로 1킬로미터 떨어진 수중암초 '넙개' 지역의 심각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소나무 모양을 닮은 천연기념물 해송이 서식하고 있지만 많은 개체들이 원래의 아름다운 형태를 잃고 누렇게 변색된 채 발견됐습니다.


담홍말미잘과 이끼벌레, 산호 생존 위협하는 주범


해송의 변색과 형태 변화는 담홍말미잘이라는 기생생물이 산호에 달라붙어 살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나뭇가지처럼 나풀거리던 해송들이 이 기생생물에 뒤덮이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여기에 밤송이 모양을 한 또 다른 기생생물인 이끼벌레들도 해송에 부착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러한 기생생물들이 산호에 달라붙으면 산고는 정상적인 먹이 섭취와 호흡이 불가능해져 결국 말라죽게 됩니다.


담홍말미잘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공식 블로그


현장을 목격한 곽선우 씨(경기 성남시)는 "굉장히 많은 이끼벌레와 담홍말미잘이 있었는데 이것들이 산고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라고 매체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제주 연산고 군락 전체로 확산, 원인 규명 시급


문제는 이러한 기생생물의 침입이 가파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서귀포 앞바다의 제주 연산고 군락 곳곳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제주 해역 전체의 산고 생태계가 위험에 처한 상황입니다.


제주 연안 연산고 군락은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산고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군락지를 형성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중한 해양 생태계입니다.


Youtube 'MBCNEWS'


이곳의 산고들이 집단적으로 폐사 위기에 처하면서 해양 생물 다양성 보전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기생생물 확산의 명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조인영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가 1차적인 아주 크리티컬한 문제인지 아니면 기후변화로 인해서 얘네가 이동할 수 없게 하는 여러 가지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져서 이렇게 됐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정부와 제주도는 450억 원을 투입해 스쿠버다이버 편의시설과 교육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중경관의 핵심인 산고의 집단폐사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