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원 중도이탈 후 의대 진학 급증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고와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이 과학기술원을 거쳐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2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이런 경로를 통해 의대에 진학한 학생이 143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에서 4대 과학기술원(광주·대구경북·울산·한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니, 과학고·영재학교 출신으로 과학기술원에서 중도 이탈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의·약학 계열에 진학했습니다.
2024년 과학고·영재학교 출신 과학기술원 중도이탈자 77명 중 32명(42%)이 의·약학 계열에 진학했습니다.
2023년에는 중도이탈자 100명 중 34명(34%), 2022년에는 92명 중 41명(45%), 2021년에는 58명 중 36명(62%)이 각각 의·약학 계열로 진학했습니다.
카이스트 중도이탈자 절반 이상이 의대 진학
특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의대 진학을 위한 중도이탈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재학교·과학고를 졸업한 카이스트 중도이탈자가 의·약학 계열에 진학한 비율은 2021년 67%, 2022년 54%, 2023년 49%, 2024년 50%를 기록했습니다.
과학고·영재학교를 졸업한 과학기술원 중도이탈자 중 의·약학 계열에 진학한 비율은 4년 평균 54%(126명)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중 83명(66%)은 1학년도 마치기 전에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첫 학기를 다니지 않고 휴학했다가 자퇴한 학생도 6명이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영재학교·과학고 졸업생의 의대 지원과 진학이 2년 연속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졸업 후 이공계열에 진학했다가 자퇴하고 의대에 진학하는 엔(n)수생 사례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재 회피를 위한 우회 진학 의혹
이들이 과학기술원을 거쳐 의대에 진학하는 것은 교육비·장학금 반납, 학교생활기록부에 영재학교 교육과정 미반영 등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꼼수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영재학교에서는 의대에 진학하면 이공계 인재 양성 차원에서 세금으로 지원받은 교육비와 장학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2022년부터 영재학교 입학생은 이러한 내용의 의대 진학 제재 방안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2023년 의대에 진학한 영재학교 졸업생 79명이 총 4억3840만원을 반환했으며, 1인당 555만원 수준입니다.
전국 20개 과학고도 자율적으로 영재학교와 유사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원 역시 국가 재정으로 운영하는 만큼,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과학기술원들의 1인당 교육비는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GIST) 8859만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DGIST) 9842만원,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UNIST) 7640만원, 카이스트 9502만원으로 평균 8961만원에 달합니다.
한민수 의원은 "제재를 피하기 위해 과학기술원에 진학하고 의·약학 계열로 다시 진학하는 것은 과학기술원 진학을 희망하던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공계 인재들이 의·약학 계열로 다시 진학하는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