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서 분석 결과, 가족 관련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
자살 사망자들이 남긴 유서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엄마', '아빠'와 같은 가족 관련 명사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공개한 '유서분석을 통한 살해 후 자살의 특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유서에서 부모를 지칭하는 표현이 가장 높은 빈도로 확인됐습니다.
이 연구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전체 자살 사망 10만2천538건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연구팀과 함께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유서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살해 후 자살' 사망자 유서 215건 중 209건과 일반 자살 사망자 유서 3만7천735건 중 418건을 추출하여 비교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살해 후 자살 사망자와 일반 자살 사망자 모두 '엄마, 어머니, 어머님'과 '아빠, 아버지'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는 자살 전 마지막 순간에도 가족, 특히 부모에 대한 생각이 가장 많았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살해 후 자살과 일반 자살의 감정 표현 차이
살해 후 자살 사망자와 일반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 나타난 감정 표현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연구팀이 28개의 감정 카테고리 모델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살해 후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는 '분노', '흥분', '중립'과 같은 감정이 두드러졌습니다.
반면 일반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는 '배려', '사랑', '슬픔'과 같은 감정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살해 후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 '돈'이라는 단어가 세 번째로 높은 빈도(1.7%)로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일반 자살 사망자 유서에서의 '돈' 언급 빈도(1.2%)보다 높은 수치로, 경제적 문제가 살해 후 자살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일반 자살 사망자의 유서에서는 '엄마', '아빠' 다음으로 '사람'(1.7%), '아들'(1.6%), '말'(1.6%), '가족'(1.2%)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이는 자살을 선택하기 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았음을 보여줍니다.
살해 후 자살의 주요 원인과 예방 대책
보고서는 살해 후 자살의 원인이 피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고 분석했습니다.
피해자가 자녀인 경우, 주로 30~40대 부모가 경제적 부담이나 자녀의 건강 문제를 주된 이유로 들었습니다.
반면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경우에는 50대 이상에서 돌봄 부담과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비극적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위한 사회보장의 확대, 가족 내 갈등 조정을 위한 사회서비스 확대, 심리 상담의 접근성 확대 등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