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사건, 28일 단식농성 끝에 잠정 합의
5일 문화방송(MBC) 비정규직 기상캐스터였던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가 28일간 이어온 단식농성을 중단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엔딩크레딧'은 5일 "MBC와 유족 측이 잠정 합의에 도달했으며, 장씨가 단식농성을 중단하고 서울 중랑구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오요안나씨는 지난해 9월 15일 선배 기상캐스터들의 집요한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비정규직 신분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이 비극의 원인이었습니다.
MBC와 유족 측 합의 내용, 15일 대국민 기자회견 예정
엔딩크레딧이 공개한 'MBC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관련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MBC와 유족 측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개최합니다.
MBC는 이 자리에서 고인에 대한 사과문과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또한 MBC는 기존의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정규직 직무인 '기상·기후전문가'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는 직무 전환만을 의미할 뿐, 현재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는 기존 기상캐스터들의 정규직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 원인과 보호 조치의 한계
오요안나씨가 겪은 괴롭힘은 프리랜서라는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MBC는 기상캐스터를 공개채용으로 선발하면서도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상캐스터들은 출연 기회를 두고 극한의 경쟁을 벌여야 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프리랜서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닌 용역 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28일 단식농성과 MBC의 대응
장연미씨는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기상캐스터의 정규직 고용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MBC는 지난달 15일 남은 기상캐스터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기상·기후전문가' 직무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MBC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MBC 입사 준비생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했지만, 연대 단체들은 방송의 상시·지속적 업무인 기상캐스터는 애초에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직무라고 반박했습니다.
직장갑질119 등 연대 단체들은 "제2의 오요안나의 사망을 막자며 어머니가 단식했는데 MBC는 그 결과로 오요안나의 동료가 잘리게 만들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단식이 장기화되고 장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결국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고 유족 측은 설명했습니다.
장씨는 5일 녹색병원에 입원하지만, MBC 앞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내고 싶다는 뜻을 밝혀 오는 6일 오전 10시 30분 농성장에서 차례를 지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