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게 흘러간 1조 5천억원의 부동산 자산
최근 5년간 조부모로부터 미성년 손주에게 직접 증여된 부동산 자산이 무려 1조 53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미성년자가 취득한 부동산은 총 929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세대생략 증여란 무엇인가?
세대생략 증여는 조부모가 자녀(부모)를 건너뛰고 손자·손녀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부모 세대에서 발생할 증여세를 피할 수 있어 절세 효과가 있는 재산 이전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부모가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산출세액에 30%가 가산되며, 증여받는 미성년자의 재산 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40%가 가산됩니다.
이러한 할증과세 제도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약 3074억원 규모의 부동산이 미성년자 명의로 증여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부유층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세대생략 증여를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중·고등학생에게 집중된 부동산 증여
증여받은 미성년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만 13~18세 미성년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금액의 43.7%가 이 연령대에 집중됐으며, 건수 기준으로도 44.0%를 차지했습니다.
초등학생 연령대인 7~12세는 금액 기준 33.5%, 영유아인 0~6세는 22.8%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태어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영아들에게도 부동산 증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5년간 0세 아기들에게 이루어진 세대생략 증여는 188건으로, 총 371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건당 평균 약 2억원 규모로, 태어나자마자 부동산 자산가가 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건물 증여액이 토지를 역전한 추세
부동산 종류별 평균 증여액을 분석해보면, 최근 들어 건물이 토지를 넘어서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2018년에는 토지가 건당 평균 1억9000만원, 건물은 1억6100만원으로 토지 증여액이 더 컸습니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건물(1억9900만원)이 토지(1억3200만원)를 역전했으며, 2024년에도 건물(2억1400만원)이 토지(1억3200만원)보다 증여액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부동산 시장에서 건물 가치가 상승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동시에, 증여 전략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제도의 허점과 개선 필요성
민홍철 의원은 "미성년자 세대생략 증여에 대한 할증과세 제도가 있음에도 본 취지와 달리 부자들의 절세 편법으로 활용돼 제 기능을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자금 출처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증여 과정에 편법행위는 없었는지 확실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이 미성년자에게 증여되고 있다는 사실은 세대생략 증여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와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부의 대물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 공정한 과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