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5일(수)

손예진·염혜란, 같은 옷 입은 이유는?... 박찬욱 감독 '어쩔 수가 없다' 속 숨은 연출 TMI

배롱나무에 숨겨진 만수의 삶과 철학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2탄을 선보였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TMI는 영화 속 세밀한 디테일들이 어떻게 캐릭터의 내면과 스토리를 표현하는지 보여주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 CJ ENM, 모호필름


영화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갑작스러운 해고 이후 재취업을 위한 치열한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만수의 정원 중앙에 위치한 배롱나무의 상징적 의미입니다. 비틀린 가지 모양의 배롱나무는 만수의 거친 성장 과정과 복잡한 내면을 형상화했으며, '부귀'라는 꽃말을 통해 만수가 지키고자 하는 삶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오래된 배롱나무의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몸통과 굵은 가지가 근육질 몸을 연상시켜 만수를 떠올리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배롱나무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근육질의 몸통과 대비되는 아름다운 분홍색 꽃이 흩날리며, 두 대비되는 이미지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첫 장면을 열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흥미롭게도 만수 정원 입구의 위성류는 '범죄'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영화의 스토리와 절묘하게 연결되는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한국 가요의 활용


영화 '어쩔수가없다' / CJ ENM, 모호필름


두 번째 TMI는 영화 전반에 걸쳐 사용된 한국 가요들의 절묘한 활용입니다. 특히 범모(이성민 분)의 음악 감상실에서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에서는 만수, 범모, 아라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흘러나와 아이러니한 대비 효과를 연출했습니다.


비 오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김창완의 '그래 걷자'는 만수의 자조적인 심리 상태를 가사를 통해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또한 범모와 아라 부부의 추억 장면에서 사용된 배따라기의 '불 좀 켜주세요'는 두 인물 관계의 애틋함을 부각시키며 영화의 감정적 깊이를 더했습니다.


색깔로 표현한 인물들의 운명과 대비


마지막 TMI는 미리(손예진 분)와 아라(염혜란 분)의 의상에 담긴 의미입니다. 두 인물은 동일한 디자인의 니트를 각각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착용하며 등장해 비슷한 환경 속에서도 다른 운명을 맞이하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송종희 분장감독은 "영화 속에서 미리의 헤어나 얼굴의 변화는 만수의 실직 전후와 모든 일이 벌어진 이후를 기점으로 세 단계에 걸쳐 표현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염혜란 배우가 가진 외형이나 기운 안에서 여성성을 부각하고 싶었고 그게 세련되게 표현되기를 원했다"고 전했습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 CJ ENM, 모호필름


박찬욱 감독은 "만수가 범모와 아라 부부를 보면서 자기 부부 관계에 대한 반성을 하기도 하고, 미리에 대한 의심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너무 다른 사람이지만, 어떤 관점에선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는 설정을 두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세심한 디테일들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며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