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강릉 시민들, "이불 빨래도 죄송하다" 호소
강원 강릉시가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물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크게 제약받고 있습니다.
아파트 급수 제한으로 인해 주민들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이웃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지역 맘카페에는 한 강릉시민이 올린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A씨는 "간밤에 둘째 아이가 이불에 소변을 봐서 빨래를 했다"며 "여름이라 이불 빨고 싶어도 꾹 참고 지냈는데... 여러분이 힘들게 아껴주신 물을 써서 죄송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설거지만 해도 죄책감이 밀려오는데 이불 빨래라니.. 오늘 물 좀 덜 마셔야겠어요"라는 말로 현재 강릉 시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이 게시글에 다른 주민들은 "이게 죄송할 일인 게 씁쓸하다", "빨래를 못 해서 아이에게 기저귀를 다시 채웠다", "정수기 사용도 자제하는 중"라며 공감의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가뭄 재난사태 선포... 오봉저수지 저수율 급감
강릉시의 물 부족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강릉시 생활용수 공급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지자 가뭄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 발령을 지시했습니다.
지역 식수의 98%를 책임지는 오봉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71.7%인데, 현재 저수율이 떨어지는 속도를 고려하면 오는 24일쯤 저수량이 완전히 동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강릉시는 현재 세대별 수도계량기를 75% 잠그는 방식으로 제한 급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시 당국은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시간·격일제 급수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식당 운영 단축과 숙박업소 객실 축소 운영 등도 권고했습니다.
또한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도 전면 중단한 상태입니다.
SNS에서는 제한 급수로 인한 불편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빨래 모아서 주말마다 시댁이나 친정 갈 예정", "다른 지역으로 피난 떠난다", "물을 못 써서 즉석밥이랑 드라이 샴푸를 잔뜩 사 뒀다" 등 각자의 대응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해 대응하고 있지만, 기상청은 오는 10일까지 강원 영동 지역에 비 예보가 없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시민 불편과 걱정을 덜어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모든 역량을 쏟아 이번 가뭄을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