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7일(수)

폐경기 여성이 느끼는 분노와 우울감, '여기'서 비롯됐다

폐경 이행기 여성, 우울과 울화 스트레스 급증


한국 중년 여성들이 폐경 이행기를 거치면서 인지된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특히 '우울'과 '울화' 영역에서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폐경이라는 신체적 변화가 심리적 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중요한 발견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 교수와 류승호 헬스케어데이터센터 교수, 장유수 코호트연구소 교수, 장윤영 박사로 구성된 연구팀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2~52세 여성 461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평균 6.6년의 추적 관찰을 통해 폐경 단계의 변화와 인지된 스트레스 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인지 스트레스 검사표'(Perceived Stress Inventory, PSI)라는 표준화된 설문을 활용하여 인지된 스트레스를 평가했는데요. 


이 도구는 긴장, 우울, 울화 세 가지 하위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폐경 단계는 국제 기준에 따라 폐경 전, 폐경 이행 전기, 폐경 이행 후기, 폐경 후 네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폐경 이행 후기에 스트레스 최고조, 우울감은 장기간 지속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분석 결과, 인지된 스트레스 총점은 폐경 전 대비 이행 후기에 가장 많이 증가하고, 폐경 이후에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하위 영역별 변화 패턴이었습니다. 울화 점수는 폐경 이행 전기부터 이행 후기까지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우울 점수는 이행 전기부터 상승해 폐경 이후까지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울화 점수가 폐경 이행 후기에서 가장 많이 증가하고, 우울 점수는 장기간 지속된 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문화에서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는데, 울화와 같은 감정이 신체적인 증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한국 문화적 맥락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실제로 1994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화병'을 한국 문화의 특이적 스트레스 반응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국 여성들의 폐경 경험이 문화적 요소와 결합하여 독특한 심리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장유수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 교수는 "폐경 이행기는 단순한 생리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여러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시기"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심리 상담, 수면 관리, 규칙적 신체활동 등 폐경 단계별 맞춤형 정서 지원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중년기 및 노년기 건강 관련 국제학술지 마투리타스(Maturitas) 7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