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잠들면 라이브 방송 켜놓고 춤 추던 남성의 사연
가족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 한 남성은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컴퓨터를 켠 뒤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서 서툰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은 밤낮으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중국 남서부에 사는 원하이빈(Wen Haibin, 28)의 사연을 조명했다.
원씨는 중학교 동창인 양샤오훙(Yang Xiaohong)과 결혼해 3년 전 첫째 딸을 맞이했다. 이듬해에는 연년생인 막내딸까지 태어나면서 네 식구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난해 6월 막내 딸이 횡문근육종 진단을 받으면서 원씨의 가족에게 시련이 닥쳤다.
횡문근육종은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성장 속도가 빨라 전이를 막기 위해 항암 치료가 필수적인 암이다.
설상가상 같은 해 12월에는 아내 양씨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치료비와 간병을 원씨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양씨가 원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치료 중단을 선언하면서 부부 간 갈등까지 깊어졌다.
그럼에도 원씨는 아내와 딸이 모두 치료 받기를 원했다. 간병인을 둘 형편이 안 되자 첫째 딸을 부모님 집에 맡긴 뒤 현장 일을 그만둔 채 아내와 막내딸을 돌봤다.
"아내와 딸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 되어 있어"
하지만 이미 저축한 돈은 바닥났고, 20만 위안(한화 약 3,800만 원) 가량의 빚까지 쌓인 상황.
이에 그는 지난 4월부터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낮에는 간병을, 밤에는 방송을 하며 항암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초 춤을 춰본 적이 없던 원씨는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에 "나도 그런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꾸준히 연습해 최근에는 한결 자연스러운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을 통해 매일 저녁 최대 10만 원의 후원을 받으며 가족의 항암 치료비를 마련하고 있다는 그의 사연을 알게 된 일부 시청자들은 더 큰 금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 그의 사정을 접한 집주인은 기존 900위안(한화 약 17만 원)이었던 월세를 600위안(한화 약 11만 4,400원)으로 내려주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렇듯 여러 도움을 받은 원씨는 "아내와 딸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면서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의 헌신 덕분에 아내와 딸은 점차 회복에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