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살인이야"... 어머니 연명치료 중단 탓에 20년 친구에게 들은 말
"저더러 살인자래요. 그것도 20년 지기 친구가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작성자는 오래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자신이 과거 어머니의 연명치료를 중단했던 결정을 두고, 친구로부터 "그건 살인"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글쓴이 A씨는 "기분이 좋지 않아 술을 마셨는데, 친구가 과음을 하더니 느닷없이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며 "10여 년 전 어머니 임종 당시 연명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던 내 선택을 두고 '살인자'라고 했다"고 적었다.
당시 그는 가족들과 상의 끝에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을 받아들였고, 무의미한 연명 치료 대신 평온한 임종을 택했다고 했다.
A씨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연락이 안닿는 친구들이 생겨가는 와중에 이런이야기 들으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친구로 보기 어렵다"
작성자는 그날 이후 관계를 이어갈 자신이 없다고 밝혔다. 20년을 함께한 친구였고, 서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이였지만,
죽음 앞에서 내린 선택을 '살인'이라는 말로 단정한 순간, 우정은 크게 흔들렸다고 했다.
"모임에서도 간혹 볼수도 있는 친구인데, 이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복잡한 감정을 토로했다.
연명치료 중단은 법적 권리... 정죄 대상 아냐
의료계에 따르면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 또는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말기환자나 임종기 환자는 본인의 의사 또는 가족의 동의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등의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완화의료 전문의는 "환자와 가족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많은 고민을 거쳐 결정을 내린다"0며 "이를 제3자가 도덕적으로 판단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말보다 무거운 선택, 그 무게는 누가 감당하는가
연명치료를 둘러싼 갈등은 단지 의료의 영역을 넘어선다.
삶과 죽음, 가족과 책임, 감정과 신념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내려지는 결정인 만큼, 타인의 언어는 쉽게 상처가 된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남의 일일 땐 쉽게 말하지만, 정작 자기 가족일 땐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또 다른 시민은 "사랑하는 이를 보내며 내린 결정인데, 그걸 '살인'이라 부르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겠느냐"며 "글쓴이는 죄책감 갖지 말고, 그 친구도 잊기를 바란다"라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