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69)가 자신의 보유 재산 대부분을 당초 계획보다 훨씬 빠르게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현지 시간) 게이츠는 "내가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자원을 그저 들고만 있기에는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가 너무 많다"며 재산 기부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결정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20년간 내 재산의 사실상 전부를 게이츠재단을 통해 전 세계의 생명을 구하고 개선하는 데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재단은 2045년 12월 31일에 영구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이츠 창업자는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많은 말을 하겠지만, '그가 부유하게 죽었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전했다.
게이츠가 전처인 멀린다와 2000년에 설립한 게이츠재단은 원래 게이츠 사후 20년을 더 운영한 뒤 활동을 종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재단의 활동 종료 시점이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게이츠재단은 지난 25년간 10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기부했으며, 앞으로 20년 동안 이 금액의 두 배를 더 기부할 계획이다.
게이츠는 "구체적인 금액은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재단이 지금부터 2045년까지 2000억 달러(약 280조원)를 넘게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남은 재산의 99%를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며, 이는 현재 가치로 1070억 달러(약 150조원)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재단 운영 자금의 약 41%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기부했으며, 나머지는 게이츠 창업자가 제공했다.
게이츠는 재단이 앞으로 20년간 활동을 집중할 분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임산부와 어린이 사망률 감소, 둘째는 소아마비와 말라리아를 비롯한 치명적인 감염병 퇴치, 셋째는 전 세계 빈곤 문제 해결이다.
이번 결정은 세계적인 부자들의 자선 활동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이후 축적한 막대한 부를 인류의 건강과 복지 향상에 사용하겠다는 오랜 약속을 더욱 구체화했다.
게이츠의 이번 발표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운동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기빙 플레지는 2010년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시작한 캠페인으로, 부자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하는 운동이다.
게이츠는 이번 결정으로 자신의 서약을 넘어서는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