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3년 전 윤석열을 끌어들인 순간부터 당의 망조는 시작됐다"고 직격했다.
지난 8일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이럴 줄 알고 더러운 밭에서 빠져나왔지만, 한국 보수진영은 또 한번 궤멸될 것"이라며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는 김문수 후보를 상대로 사실상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협상 불발 기류 속에 9일로 예정돼 있던 대구·부산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틀째 비공개 회동이 이어졌지만, 단일화의 구체적 방식과 시점에서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까지 단일화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는 9일까지 당원 50%, 일반 국민 50% 비율을 적용한 '단일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지도부 주도의 강제 단일화 절차가 개시된 셈이다.
당내에서는 이번 조사가 김문수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사실상 추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덕수 후보 측은 김문수 후보의 입장 변화에 기대감을 보이며 추가 회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정현 캠프 대변인은 "향후 회동은 보다 진전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 사랑재 회동 이후 김 후보 측으로부터 추가 제안을 받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후보가 회동을 제안한다면, 한 후보자는 언제든, 어디서든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일화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당내 갈등이 격화되는 것은 물론 보수진영 결집 효과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