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4일(수)

친언니가 자긴 다 썼다며 '이식'해준 자궁으로 딸 출산 성공한 36세 여성


영국 최초로 자궁 이식 수술을 받은 여성이 딸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연의 주인공은 2023년 언니의 자궁을 이식받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그레이스 데이비슨(Grace Davidson, 36)이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더선, BBC 등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런던 북부에 사는 그레이스는 최근 이식된 자궁을 통해 아이를 출산하며 영국 의료 역사에 새 장을 열었다.


Womb Transplant UK


그레이스는 2023년 2월, 42세 언니 에이미 퍼디(Amy Purdie)로부터 자궁을 이식받았다. 영국 최초의 자궁 이식 수술이었다.


자궁 이식을 담당한 외과의는 자선단체인 영국 자궁 이식 단체의 임상 책임자이자 임페리얼 칼리지 헬스케어 NHS 트러스트의 자문 산부인과 외과의인 스미스 교수와 옥스퍼드 이식 센터의 자문 외과의인 이사벨 퀴로가(Isabel Quiroga)였다.


옥스퍼드 처칠 병원에서 자궁 이식 수술을 받은 지 약 2년 만인 지난 2월 27일, 그레이스는 런던 퀸 샬롯 앤 첼시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4.5파운드(약 2kg)의 예쁜 딸 에이미 이사벨(Amy Isabel)을 낳았다.


아기의 이름은 이식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 이사벨 퀴로가와 자궁을 흔쾌히 이식해 준 언니 에이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출산 후 그레이스는"우리는 우리가 바라던 가장 큰 선물을 받았다"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Womb Transplant UK



그레이스는 여성 5,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메이어-로키탄스키-쿠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 희귀 질환은 자궁이 덜 발달했지만 난소는 정상적으로 기능해 난자와 여성 호르몬을 생성한다.


그레이스는 19살에 자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 당시 나는 이미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유모차를 끌고 있는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보고도 큰 슬픔을 느끼곤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Womb Transplant UK


자궁 이식을 받기 전, 그레이스와 남편 앵거스(Angus)는 7개의 배아를 만들어 냉동 보관했다.


그리고 자궁 이식 수술을 받고 몇 달 뒤, 저장된 배아 중 하나가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그레이스에게 이식되었다.


자궁 이식 개발을 주도한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 교수는 "이 연구를 시작한 지 25년 만에 아기가 태어났다.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라며 감격을 표했다.


그는 아기가 태어난 수술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왔다고.


자궁 이식 수술을 마친 직후 수술팀의 모습 / Womb Transplant UK


영국에서는 그레이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네 번의 자궁 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그레이스를 제외한 3명의 여성은 사망한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는 자궁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가임기 여성이 약 1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케어 퍼틸리티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앨리슨 캠벨(Alison Campbell) 교수는 "자궁 이식의 성공은 아이를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이 소식은 희망을 주고 생식의 자유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성공적인 자궁 이식과 출산은 자궁 없이 태어났거나 자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수천 명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