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4일(수)

출입증 찍어 '빨간불' 들어오면 즉시 해고... 美 공무원들 "오징어 게임인 줄"


미국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출근 날 해고 여부를 확인하고 그 즉시 해고당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지역 방송 WTOP에 따르면, 전날 아침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는 출근한 직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자신의 출입증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직원들은 출입증을 단말기에 갖다 댔을 때 '초록불'이 들어오면 계속 근무할 수 있고, '빨간불'이 뜨면 해고됐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2시간 동안 줄 서 있다가 출입증을 갖다 대자 '빨간불'을 보게 됐다는 한 직원은 "마치 '오징어 게임' 같았다"고 매체에 전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그것은 모욕적이었다"며 "빨간불이 뜬 뒤 자신의 짐을 챙기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는 누군가가 동행해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상황은 직원의 비유처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순식간에 참가자들의 생사가 갈리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특히 '오징어 게임'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빨간불과 초록불이 미국에서는 '레드 라이트', '그린 라이트'로 불리며 널리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또 다른 직원은 "(전날) 출근했다가 주차장에서 청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출입증이 작동하지 않아 해고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그들은 지금 연방 정부 직원들을 고문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WTOP와 인터뷰한 직원들은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및 약물 이용 문제를 다루는 부서에서 일했으며, 이들은 자신의 업무가 그동안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한 직원은 "우리가 곧 보게 될 것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고 가장 소외된 지역사회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라며 "가슴이 아프다"고 매체에 전해 주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sKorea


이번 대량 해고는 트럼프 행정부의 '딥스테이트' 청산 공약의 일환으로, 취임 직후부터 연방 공무원 감축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미 언론에 따르면 연방 정부를 효율화하고 지출을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지침에 따라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산하기관인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서 대규모 해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 소속 직원은 모두 8만2000여명으로, 해고되는 1만명 외에 추가로 1만명이 정부효율부(DOGE)가 주도하는 이른바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 등에 따라 부서를 떠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18억 달러(약 2조6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식품의약품 안전과 공중보건 분야의 핵심 인력이 대거 감원되면서 미국의 보건 비상사태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와 같은 핵심 부처의 대규모 인력 감축은 미국 공중보건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