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9일(수)

사업가에게 받은 골프채, 알고보니 '짝퉁'... 뇌물수수 혐의 부장판사에게 내려진 판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업가 지인으로부터 골프채를 받아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8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현직 A 부장판사(56)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 부장판사는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2019년 2월, 인천의 한 식자재마트 주차장에서 사업가 지인 B씨로부터 골프채 세트와 과일 상자 등 총 77만 9천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씨는 인천 등지에서 마트 운영과 관련해 인수 차용금 사기를 다수 저지른 범죄자로, 지난 2015년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2017년 만기 출소했다. B씨는 출소 이후에도 비슷한 사기 범죄를 반복해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로부터 고가의 골프채를 받은 A 부장판사는 며칠 뒤 B씨에게 골프채 세트 등을 돌려줬지만, 이 사실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고발한 B씨 지인으로 인해 사건은 공론화됐다.


해당 사건으로 법원 내부 징계에 회부된 A 부장판사는 지난 2021년 6월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에 의해 감봉 3개월과 100여만 원의 징계부가금 처분을 받았다.


사건에 존재한 놀라운 '반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그런데 사건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었다. A 부장판사가 B씨로부터 건네받은 골프채는 값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졌으나, 감정 결과 '가품'으로 확인된 것.


1심과 2심은 A 부장판사가 받는 알선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 부장판사가 B씨의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 및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위가 아니며, 알선청탁의 의미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A 부장판사가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B씨가 알선 명목으로 골프채를 줬고 A 부장판사가 알선 대가라는 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골프채를 받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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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A 부장판사와 B씨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친분을 유지해 왔기에 골프채 등의 수수와 공여에 반드시 어떠한 목적과 대가가 결부되어 있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A 부장판사의 무죄를 확정했다. 


같은 날 A 부장판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B씨 역시 무죄를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