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의대생이 이별을 요구한 여성을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이별 통보를 듣고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교제 살인'이 계속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6일 서초구 서초동 강남역 인근 옥상에서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20대 남성 최 모씨를 긴급 체포했다.
최씨는 "헤어지자는 말에 범행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다.
싸전에 흉기를 구매한 정황이 발견돼 최씨 변호인은 "계획범죄가 맞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정황과 최씨의 진술을 봤을 때 교제 살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교제 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은 138명이었다.
여기서 '친밀한 관계의 남성'은 배우자 또는 동거·소개팅·채팅·조건만남 등으로 알게 된 남성을 말한다. 2.7일당 1명꼴로 여성들이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살인미수 등까지 포함하면 피해 여성은 449명에 달한다. 매일 1명 이상의 여성이 알고 있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 협박을 받은 셈이다.
정부에서 교제 살인 통계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 매년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해 그 피해 규모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협에 놓인 여성의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이번 강남역 교제 살인과 관련해 "이번 사건뿐 아니라 최근 교제 폭력 사건이 지속 발생해 정책의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보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어 "정부의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여성 폭력을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해 여성 폭력 방지 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시행계획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