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2일(토)

반파될 수도 있는데...'강릉 급발진' 재연 시험에 차 빌려준 '쌍용 티볼리' 차주

뉴스1


소비자이자 피해자인 유가족이 모든 걸 준비해야 했던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재연 시험'을 위해 강릉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 19일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가 실제 차량 결함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한 '재연 시험'이 국내 최초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4시께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인해 당시 12살이었던 A씨의 손자 이도현 군이 숨졌다.


이에 '재연 시험'은 국내 급발진 의심 사고 중 현장에서 실시한 첫 재연 시험으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뉴스1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재연 시험은 소비자인 유가족이 준비해야 했다. 도현 군의 아버지는 수천만 원을 들여 사고 차량과 동일 연식의 같은 기종을 구매하려 했으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접한 강릉 시민이 기꺼이 본인의 차를 빌려줬다.


재연 시험으로 인해 차가 망가거나 반파될 수도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선뜻 자신의 차를 내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 위험이 높아 운전자를 구하는 게 난관이었으나, 전문 면허를 가진 강릉 시민이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재연 시험은 총 네 차례로 2시간가량 이뤄져 도로 일부가 통제됐지만 누구도 항의하지 않았다. 주변에는 간절한 마음으로 시험을 참관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시험은 차량 엔진에서 '웽'하는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풀 액셀'을 밟는 것으로 진행됐다. 시험 결과 속도는 시속 120km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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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는 도현 군의 할머니가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했으나 실제 속도는 시속 110km~116km까지밖에 오르지 않았다.


제동 거리 확보를 위해 사고 당시보다 100m가량을 덜 달린 걸 고려하면 "풀 액셀을 밟았다는 EDR의 기록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시속 110km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시속 135~140km가 나와 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치(시속 116km)와 차이를 보였고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분석치(136.5km)와 유사했다.


시험을 지켜본 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이 도로를 한 번만이라도 달려본 분들은 페달 오조작으로 달릴 수 없는 도로라는 걸 잘 안다"며 "가능성과 추론을 통해서 결론을 낸 국과수와 달리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페달 오조작이 아님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 강릉소방서


이어 "도현이가 마지막으로 달렸을 이 도로를 다시 보니 정말 가슴이 무너지고, 소비자가 이렇게까지 무과실을 입증해야 하는지 화가 난다"며 "21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기회가 남아 있으니 도현이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2월 이씨 가족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해 5일 만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도현이법(제조물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정 논의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으나,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