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여행 중이던 한국인이 역주행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방치됐다는 글이 올라와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뺑소니 피해자인데 여권과 전 재산을 잃고 불체자(불법체류자)가 되게 생겼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캄보디아 시엠립에 있다는 글쓴이 A씨는 "캄보디아에서 심각한 상해를 입은 채 방치되어 간절히 도움이 필요하다"라면서 "역주행 차량에 뺑소니를 당해 중상을 입었지만 현지 경찰은 도주한 뺑소니범을 잡을 생각도 없어 보이고 저는 막대한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해 병원에 여권을 빼앗겼으며 한국 영사관에서는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않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오래 전부터 꿈에 그리던 앙코르와트를 보기 위해 캄보디아로 떠났다는 그는 아름다운 유적과 문화에 반해 다양한 캄보디아의 일상을 보고 싶어 110cc 바이크를 렌트했다고 밝혔다.
A씨는 "캄보디아에서는 어린아이도, 어르신들도 바이크를 운전한다. 바이크가 기본 이동 수단이다"라면서 "낯선 타지의 도로에서 외국인인 제가 함부로 움직이다 사고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최대한 주변을 살피고 양보하며 운전했다"라고 설명했다.
사고는 지난달 28일 이른 저녁에 발생했다. A씨는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시야가 어두워지고 주변 사물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평소보다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에 오던 길을 그대로 거슬러 올라가 시속 6km 제한 6차선 도로에 진입했다는 A씨. 그는 제한 속도에 맞춰 달리다 어둠 속 멀리서 라이트 두 쌍이 노랗게 빛나는 것을 봤다고 한다.
A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6차선 도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전조등이 아니라 후미등이라고 생각했다. 그 차는 깜빡이조차 켜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는 밤이 되면 느린 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종종 있어 빛에 가까워지면서도 머릿속에서 경고등이 켜지지 않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그 차는 A씨를 향해 달려오는 중이었다. 뒤늦게 차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알아챈 그는 피하려 했지만 왼편에 다른 차량이 있어 피할 수가 없었다.
A씨는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여보기 위해 양 브레이크를 지긋이 누르며 마찰력을 더하려고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이 모든 상황이 파악될 쯤엔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눈을 뜬 그는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A씨는 "이 사고로 왼쪽 무릎이 산산조각나고 골반이 탈골됐으며 턱이 으스러졌다. 치아가 뒤틀리고 여러 개 깨져 씹지도 못하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고 당시 도주를 시도했으나 현지인들이 번호판을 찍어 뺑소니로 신고해 차량이 압류됐다고 한다. 차량이 꽤 가격대가 있는 차량이라고 하더라. 그 때문인지 사과를 하러 병원에 왔지만 쏘리쏘리를 몇 번 하다가 고통에 괴성을 지르는 제 모습을 보고 다시 도망갔다"라고 덧붙였다.
병원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A씨는 "제가 이송된 병원은 '수술을 받고 싶다면 응급수술비와 입원비로 한화 약 4,000만 원을 지불하라'라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그 돈이 없었지만 수락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 지장을 찍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반과 무릎, 다리뼈를 맞추는 수술은 받았지만 조각난 무릎 파편들은 캄보디아 기술로 꺼내기 힘들다면서 한국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윗니와 아랫니도 모두 뒤틀려 맞물리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그를 도와준 사람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인회 목사와 선교사였다.
한국인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이들은 A씨를 위한 병원을 찾아내고 병원과 합의를 돕기도 했다.
병원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병원비로 인해 A씨는 수중의 재산과 주변에서 빌린 돈, 여권을 병원에 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 현지 경찰은 가만히 있던 차에 a씨가 과속으로 들이받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측 변호사 또한 "네가 과속했다.', '네 잘못도 있다'라며 A씨의 과실을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대사관은 '가해자와 합의하면 된다', '영사관이 수사에 참여할 수는 없다', '비리가 있나 감시밖에 못 한다'라는 이야기만 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병원에 여권을 냈기에 긴급 여권 발급을 요청하자 대사관 측은 "분실이 아니라 병원비를 내지 않아서 뺏긴 것이니 발급해 줄 수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준 비자 기한이 8일밖에 남지 않아 A씨는 불법체류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A씨는 "걷고 뛰고 라이딩을 하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기며 살던 저는 순식간에 혼자서는 똥오줌도 못 가리는 몸이 되었습니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씹지도 못하고, 입도 다 벌어지지 않게 됐다. 화장실을 가려면 간호사 둘이 붙어 부축해야 한다. 이제 누워서 불법체류자가 될 예정이다. 저를 제발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어이없게 불법체류자가 되게 생겼는데 긴급 여권이라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대사관은 대체 뭘 하나", "현지 경찰이나 대사관은 뺑소니범 안 잡고 뭐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