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생이 들고나온 할아버지의 소장품이 알고보니 추정 감정가 10억에 달하는 불교 경전이라 놀라움을 안긴다.
지난 3일 KBS1 'TV쇼 진품명품'에는 대구동중학교 3학년 김용욱 군이 할아버지가 소장해오던 불교 경전을 가지고 등장했다.
김군이 선보인 경전은 모두 금으로 제작되어 있어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패널들은 "카메라에 안 닮길 정도로 눈이 부신다"며 감상평을 내놨다.
김군은 "저희 할아버지께서 오래전부터 소장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며 "글과 그림 모두 금으로 만들어져서 진짜 귀한 거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여기에 담겨 있는 글의 내용, 그림의 뜻을 알고 싶다"고 호기심을 보였다.
김영복 서예 고서 감정위원은 의뢰품을 '대방광불화엄경제22'라고 설명했다. 줄여서 '화엄경'이라 부르며 우리나라 화엄종의 근본이 되는 불교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 감정위원에 따르면 의뢰품은 화엄경 주본 39품 중에서도 24품으로, 14세기 고려시대에 국가 차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으로 그려진 그림과 글에 대해 김 감정위원은 "금박 가루를 아교풀에 갠 걸 금니라고 한다. 금은 금방 굳기 때문에 아주 정성스럽게 써야 한다. 다 붓으로 그렸다"고 전했다.
화엄경과 같은 사경은 일반적으로 경전의 내용을 쉽게 그린 변상도와 표지 그림, 경전의 내용을 쓴 경문, 사경을 쓴 목적을 담은 발원문까지 총 4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보통 변상도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의뢰품은 변상도의 보존 상태가 아주 훌륭한 상태라고 한다. 다만 표지 훼손과 발원문이 빠졌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김 감정위원은 의뢰품의 내용에 대해 "부처가 보리수 아래와 야마천궁을 떠나지 않고 도솔천으로 올라가 보배 궁전으로 나아가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감정을 앞두고 김군은 "할아버지가 귀하다고 하셔서 저도 제가 아는 가장 큰 금액을 적었다"며 감정가 100만 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종 감정 결과는 무려 10억 원이었다. 이는 '진품명품' 역대 감정가 5위다.
김 감정위원은 "표지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10% 정도 가치가 하락했다. 또한 발원문이 있었다면 가치는 현재의 2배 정도로 높게 평가됐을 것이다"며 "국내에서는 유일본이고 국가 차원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려 불화로서의 미술사적 가치를 고려했다. 미술사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현재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저도 오늘 처음 봤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김군은 감정가 결과를 듣고 "할아버지 덕분에 많은 걸 배웠고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지금처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