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2일(토)

정부,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공개..."환자 숨져도 처벌 감경·면제"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공의 1만여 명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이는 의료계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법안이다.


교통사고처럼 필수의료 분야에서 과실로 환자 사망사고를 냈더라도, 의료진이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형을 감면해 주는 것이 골자다.


전 세계에서 이 같은 법을 도입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 뉴스1


지난 27일 보건복지부는 조규홍장관(제1차장)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법무부와 함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 부담을 낮추기 위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한 법안에는 필수의료인력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 의료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환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안이 담겼다.


책임보험과 공제에 가입한 의료인이 범한 업무상과실치상, 중과실치상죄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불원하면 공소제기를 불가하도록 하는 것이며 미용·성형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의료행위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다.


또한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한 경우에는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행위,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행위에 한해 의료과실로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며, 종합보험·공제 가입 시 필수의료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한 경우 형이 감면될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 대해서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는 데 드는 보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책임보험·공제는 정해진 한도만큼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보험, 종합보험·공제는 피해 전액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특례법은 한국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진료기록·폐쇄회로(CC)TV 위·변조, 의료분쟁조정 거부, 환자 동의 없는 의료 행위, 다른 부위 수술 등 '면책 제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사망사고 특례 등은 법무부와 복지부가 초안으로 정리한 것"이라면서 "이후 환자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충분히 사회적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례법이지만, 그만큼 우리나라의 필수의료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고 어렵다는 뜻"이라면서 "정책적으로 이 보호막을 설정해 주지 않으면 이제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진들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정부는 환자를 두텁게 보상하고 의사는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소송 위험을 줄여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이 이탈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했다"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정부는 오는 29일 공청회를 열고 추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법 제정 전이라도,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사에 관한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8일 대검찰청에 '의료사고 사건 수사 및 처리 절차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환자단체들은 "사실상 의사들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인이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환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 공소 제기 자체를 못하도록 했고 미용·성형 분야까지 대상에 포함했으며, 애초 정부가 사망사고는 빼겠다고 하고선 필수의료라는 포괄적 범위에 적용해 형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인 과실 입증 책임 또한 여전히 환자에게 있다. 보험에서 피해 보상은 의료사고가 명백한 경우에만 지급하는데, (의사의) 과실 자체를 입증하지 못하면 배상받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위헌적이자 반인권적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장은 "지금도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가 충분치 않다. 힘들게 소송이나 법적 절차를 밟아서라도 피해 보상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의료인들의 법적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면 피해자들은 구제 방법을 아예 잃게 된다.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배상 금액은 확 낮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