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3일(일)

"의사 수 부족 사실인데 증원 찬성하면 프락치로 낙인"...파업 반대하는 전공의의 하소연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대규모 집단 사직과 병원 이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을 전공의라고 밝힌 한 누리꾼이 파업에 반대한다며 쓴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공의 파업에 반대하는 전공의의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바이탈과 전공의이며 파업에 참여 중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사실 전공의 파업에 반대하고 있는데 도저히 말할 분위기가 아니라 여기서라도 글을 써보려고 처음 가입했다"라고 운을 뗐다.


주수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스1


근무 병원이 공개될 경우 혹시라도 자신을 찾아낼까 걱정돼 비공개로 게시글을 올린다는 그는 2020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고 파업에 적극 찬성하는 편이었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에 찬성하기 때문에 파업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가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는 반대 의견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 때문이다.


A씨는 "어쩌면 비겁하게 보일 수 있지만 혼자 반대하면 엄청 욕먹을 분위기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반대 의견을 말하면 공무원이 염탐하러 왔다는 둥, 공무꾼, 프락치 등으로 낙인찍고 별 욕은 다 먹는다. 오프라인에서도 말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전공의 파업 분위기에 대해 "내가 느끼는 분위기는 10%의 초강경파들이 주도를 하고 있고, 30% 강경파, 강경파는 아니지만 파업에 찬성하는 30%, 단순히 일하기 싫었는데 잘 됐다' 하는 사람들이 30% 되는 것 같다"며 "나처럼 파업에 반대하는 사람은 사실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분위기가 워낙 강경해 반대한다 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블라인드


A씨는 정부의 정책을 찬성하는 이유로 의료 위기를 꼽았다.


그는 "필수과, 지방의 문제도 있지만 가장 문제는 바로 '종합병원 의사(대학병원 교수)'가 없다는 거다. 현재 개원의와 교수들의 페이가 3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지며, 더 힘든 일을 하는 교수는 더 이상 젊은 의사들에게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다"라면서 "(종합병원에) 있던 교수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 기피과는 의사 자체 수도 적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유는 바로 '실비보험'이 보편화되면서 비급여 시장이 미친 듯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비급여 시장이 커지고 이로 인한 개원가에서 비급여 끼워팔기, 생눈 백내장, 도수치료, 이상한 주사들(백옥, 마늘, 줄기세포 등) 등으로 인해 개원가는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행태는 환자를 속이는 것이며 굉장히 추악한 모습이고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상진료 차질 안내문 바라보는 대학병원 내원객들 / 뉴스1


또한 A씨는 파업 중인 전공의들이 혼합진료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에 반감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오히려 이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봤다.


그는 "2020년도 정책의 주 내용이 '공공의대를 설립하여 400명의 의대 증원 후 강제로 지방 기피과 의사로 보낸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정부 정책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통해 필수의료의 수가 개선 및 불균형을 바로잡고 강제로 기피과를 시키는 것이 아닌 증원을 통해 의료시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이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패키지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비급여 혼합 제한이라고 본다. 의료계의 추악한 모습을 근절하는 목적이자, 개원의의 페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다"며 "공공의료수가를 통한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대학병원 교수 증원, 전공의 위주의 인력 구조를 전문의 채용을 통한 구조로 바꾼다는 내용까지 있어 개인적으로는 의료계의 현실을 정확히 알고 고심해서 만든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부분의 정책이 구체적인 방안이 아니기 때문에 해석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떻게 시행하는지를 전공의, 의사, 정부가 함께 협의해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강대강 분위기로 가는 것이 매우 유감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그는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서 낙수효과로 선동하는 글이 많은데, 많은 정부 정책 설명회나 포럼 등을 보면 절대 그런 효과를 생각하고 증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유입이 쉬운 미용, 통증, 개원의의 경쟁을 유발해 페이를 감소시키는 게 목적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어떤 사람은 개원의나 통증, 미용을 통해 돈을 벌고 싶어 파업을 하는 분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정부와 여론에 대한 적개심도 크다고 본다. 올바른 방향으로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글을 마쳤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소속 전공의 중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64.4%인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